[지금 SNS에서는]같은 ‘곰신’인데… 김태희와 나는 천지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요즘 SNS를 달군 가장 뜨거운 이슈는 가수 ‘비’, 정지훈 상병의 과도한 휴가 문제였다. 이슈에 대해 보통 찬반이 갈리지만 이번 사안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부분이 ‘분노’였다. 특히 평범한 군 생활을 한 예비역들의 분노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찔렀다.

“당직 서고 다음 날 아침에 교대했는데 작업 끌려간 나는 뭐꼬?” “이등병 때부터 상황근무(밤샘)만 80번을 했는데 겨우 포상휴가 한 번 받았다” “연예인들이 군인들의 사기를 올린다고 하는데 군인들 사기는 걸그룹이 올린다. 남자 연예인보고 열광하는 병사가 어디 있느냐”라는 댓글에서부터 “연예병사가 아닌 연애병사”, “(비가) 공연 중에 간첩이라도 잡은 모양” 등 촌철살인(寸鐵殺人) 트위터도 줄을 이었다.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는 한 누리꾼은 “포상휴가는 특별히 누군가 잘해서 받기보다는 부대원들끼리 돌아가면서 받기 때문에 ‘비’처럼 많이 받기 어려운 것이 일반 군 장병들의 현실”이라며 “연예인들이 근무하는 국방홍보원의 경우 연예사병을 병사가 아닌 연예인으로 대우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도 인기에 따라 대우에 차별이 이뤄지는 일이 많다”라고 했다.

“공연 연습을 하다 보면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아 부대장 권한으로 포상휴가를 줄 수 있다”라고 한 국방부 관계자의 해명은 오히려 누리꾼들의 화를 더 돋웠다. 한 누리꾼은 “군대에서 하루 밤새웠다고 포상휴가를 받으면 전 장병이 다 받아야할 것”이라고 했다. 남자친구가 군복무 중이라는 한 여성 누리꾼은 “내 남친은 최전방 부대 GOP 경계초소에서 근무한다. 기껏 휴가 나와 봐야 석 달에 한 번, 그나마 일 터지면 전화도 인터넷도 잘린다. 같은 곰신(남자친구를 군대 보낸 여성들의 은어)이라도 김태희와 나는 천지차이”라고 푸념했다.

한 누리꾼은 이번 사안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군 복무 문제는 전체 남성은 물론 아들과 남자친구를 군에 보낸 어머니와 여성을 망라하는, 종교보다 폭발성이 큰 사안”이라고 전제한 뒤 “휴가 특혜도 모자라 (비가) 군 장병들의 선망의 대상인 김태희까지 차지하니 공분을 산 것 아니냐”라고 해 ‘비’에 대한 질투와 시기가 깔려 있음을 암시했다.

이번 현상의 저변에는 우리 사회 내부에 군대 문제를 둘러싼 ‘공정’의 문제가 깔려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스포츠 선수들도 자기 성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군 면제를 위해 올림픽 등 각종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 않느냐. 메달을 딴 보상으로 군 면제받는 것을 선수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를 ‘잘했다’라고 칭찬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사병을 특별 대우하는 것에 대해 군 내부나 사회 내부가 무감각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은 ‘비’의 경우는 그동안 젊은이들 사이에 누적된 ‘병역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부를 잘하면 산업체나 연구소에서 ‘병역 특례’, 운동을 잘하면 ‘군 면제’, 그나마 입대를 해도 유명 연예인은 일반 사병의 두 배가 넘는 특혜가 존재하는 나라”라는 한 누리꾼의 말대로 지금 한국의 군대는 재주 없고, 능력 없고, 유명하지 않은 젊은이들만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곳인가.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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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신#김태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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