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 시장이 ‘세금 절벽’에서 굴러떨어졌다.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부동산 거래 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그나마 군불을 지폈던 취득세 감면 혜택이 지난해 말로 종료됐다. 악재가 잇따라 터지자 서울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집을 사고팔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가뭄에 콩 나듯 오던 상담 문의 전화마저 사라졌다. 매수세가 전세로 옮겨가면서 불똥이 전세시장으로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부동산 취득세율을 1∼3%로 인하했다.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두 달 정도 거래가 늘어나는 반짝 효과를 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감면 혜택이 끝나면 시장이 얼어붙는 ‘세금 절벽’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진작부터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대선 기간에 취득세 감면을 연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해를 넘겼다. 새해 들어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자 여야 정치권이 뒤늦게 “취득세 감면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으나 뒷북치기다. 이번에는 감면 연장이 확정될 때까지 매수나 입주를 늦추는 수요자들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임시국회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취득세 감면 연장과 관련된 일정과 소급 적용에 대해 소상하게 밝혀 거래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취득세 감면만으로 시장이 획기적으로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7월 “과거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민간주택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거론했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 대책을 찔끔찔끔 따라갈 일이 아니다.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투기 억제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거래 세제를 시장 변화에 맞게 손질해 근본적인 주택거래 정상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끝장토론’을 열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폐지 등의 대책을 발표했으나 경기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분양가 상한제와 양도세 중과 폐지와 같은 거래 활성화 대책은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부동산 시장의 난맥을 풀자면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의 조화가 긴요하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자금을 수혈하고, 새로 집을 장만하는 젊은 세대 등 실수요자의 진입 장벽을 낮춰 주어야 한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젊은층의 주택 소유에 대한 의식 변화로 부동산 불패(不敗)의 신화는 끝났다.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