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공석인 검찰총장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그제 구성했다. 추천위가 3명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법무부 장관이 이 가운데 1명을 임명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2011년 9월 검찰청법 개정으로 새로 생긴 제도다. 과거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직접 선택했다. 그렇게 뽑은 검찰총장이 과연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해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추천위 제도를 도입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검찰 개혁안을 내놓았다.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 도입을 공약했고 검찰 내 차관급 자리 54개 가운데 14개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검경 수사권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할 듯하다. 추천위가 이번에 처음으로 선정할 검찰총장은 국민의 관심사인 검찰 개혁에 앞장서야 할 인물이다. 어느 때보다도 역할이 막중하다.
추천위가 활동을 시작한 시점이 새 정부 출범 전이어서 신임 대통령과 일할 검찰총장을 현 정부가 추천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박 당선인이 신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고 그 장관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추천위가 후보자를 물색해 적격 여부를 판단한 뒤 추천하고, 임명 제청을 거쳐 인사 청문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빨라도 두 달 정도가 걸린다. 다음 달 25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추천 절차를 진행하면 4월 말에나 취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 3일 퇴임한 이후 검찰총장 공백기가 5개월 정도로 너무 늘어나게 된다. 법무부는 추천위 구성에 대해 박 당선인 측과도 협의했다고 한다.
추천 작업을 빨리 진행하면 이달 말쯤 추천위를 열어 검찰총장 후보를 정할 수 있다. 그 뒤 임명 제청을 곧바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할지, 미뤘다가 신임 법무부 장관이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경우든 박 당선인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검찰총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협의만 잘되면 박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해 권 장관이 임명 제청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할 수도 있다. 그러면 신임 장관 내정자들과 함께 인사 청문에 들어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취임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것도 운용의 묘라고 볼 수 있다. 절차를 놓고 시비를 벌일 게 아니라 추천위의 설립 취지를 살리면서 검찰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개혁적 인물을 추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