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의 언론 자유 운동, 민주화로 나아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1일 03시 00분


사전검열 폐지 요구로 시작된 중국의 ‘난팡(南方)주말 사태’가 베이징의 신징(新京)보 등 다른 매체로 옮겨가면서 민주화운동으로 확산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진보 성향 주간지인 광둥(廣東) 성의 난팡주말 기자들은 신년사설 제목이 ‘헌정(憲政)의 꿈’이었는데 당국의 검열로 ‘중국의 꿈’이 되면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지지하는 내용으로 바뀌어 버렸다며 항의 파업을 벌였다. 평소 중국의 거의 모든 기자들이 공적, 사적 자리를 막론하고 공산당의 공식 견해를 앵무새처럼 읊어온 것에 비하면 혁명적인 변화다.

중국 헌법도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헌법 위에 있다. 당 중앙위원회 선전부는 이번에도 당 간부들과 언론 담당 관리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중국 매체는 당이 절대적으로 통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난팡주말에 대해 지식인과 시민은 물론이고 다른 지방 언론들도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언론 자유, 나아가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제2의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시 총서기는 작년 11월 취임 이래 부패 척결과 정치개혁,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선언해 중국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지금 같은 성장세가 이어지면 2019년 경제 총량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부패와 사회 불안정, 부적절한 자원 배분, 미약한 기술 혁신 등으로 성장에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의 추락이 상징하듯, 중국 권력층 내부의 고질적인 부패는 이제 체제 안정을 위협하고 경제의 발목까지 잡는다. 언론 자유와 사법권 독립이 이뤄진 나라에서는 이런 부패가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교수는 “지도자가 어떤 결단으로 기득권 세력을 타파하고 중국에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불러오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대신해 부패하기 쉬운 권력을 감시한다. 언론 통제 사회에선 비판적이고도 창의적인 생각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이 아무리 그럴싸한 짝퉁 제품을 세계에 쏟아내도 혁신적 테크놀로지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선진국으로의 도약에도 제약이 있다. 중국의 민주적 발전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 안정과 번영 평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3월 국가주석 취임을 앞둔 시 총서기가 이번 언론사태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세계는 중국의 진로 또는 한계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중국#언론 자유 운동#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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