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이 지난해 5월 실시한 교육전문직(장학사·교육연구사) 선발시험의 부정 의혹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노모 장학사가 교사 2명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고 시험 문제를 알려준 혐의로 구속됐고, 시험 출제위원이면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박모 장학사는 음독자살을 기도했다. 어제 충남지방경찰청은 두 장학사와 중등 장학사시험 합격자 15명을 포함해 20명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고 밝혔다. 합격자 19명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시험부정 혐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건은 조직적인 ‘매관매직’일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노 씨는 10개 이상의 대포폰을 사용하면서 시험 응시자들을 직접 접촉해 “예상 문제를 알려줄 테니 돈을 달라”고 접근했다고 한다. 일부 합격자는 경찰 수사에서 “제안을 거부하면 불이익이 우려돼 돈을 주고 문제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문제가 유출되면 나만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장학사시험 비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011년 동료평가 점수를 높게 주기로 공모한 교사 12명이 징계를 받고 이 가운데 6명의 합격이 취소됐다. 2010년에는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이 서울시교육청의 인사 담당 장학관으로 근무할 당시 “장학사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해주겠다”며 응시자 3명에게서 뇌물을 받았다. 응시자들이 돈을 써서라도 장학사가 되려는 이유는 그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장학사들은 나중에 선호 지역 학교의 교감으로 집중 배치되고 요직으로 승진할 기회도 많아진다. 장학사 합격은 교육계의 ‘성골’이 되는 지름길이란 말까지 나온다.
충남교육청은 어제 “당사자는 물론이고 관련자들을 모두 엄중 문책할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다짐했으나 믿음이 가지 않는다. 충남교육청은 지난해 말 시험 부정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뒤 자체 조사를 벌였으나 비리를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 비리와 장학사의 전횡을 막을 내부감시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교육청들은 이런 부정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계 종사자들은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 그럼에도 시험 문제를 버젓이 사고파는 비리가 발생하는 것은 우리 교육의 수치다. 장학사시험과 관련된 고질적 병폐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출제 위원을 외부 인사로 대체하고, 시험 관리와 평가 방법도 손질하는 등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