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9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2014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도입하는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실시를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선택형 수능’은 올해 11월 7일 처음으로 치르는 새로운 형태의 시험이다. 현행 수준의 난도(難度)를 유지하는 B형과, 쉽게 출제하는 A형으로 나뉘며 수험생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응시하도록 돼 있다. 각 대학은 입시에서 A, B형 중 어느 쪽의 성적을 반영할지를 사전에 공지한다. 시험일이 다가오면서 고교 교사들은 “대학 진학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나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대학 입학처장들의 의견은 수험생과 일선 고교의 우려와 불안감을 대변한 것이다.
새로운 수능 제도는 이명박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것이다. ‘어려운 수능’과 ‘쉬운 수능’을 함께 실시하면 상위권 대학은 수험생들에게 ‘어려운 수능’의 성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나머지 대학들은 ‘쉬운 수능’을 반영할 공산이 크므로 상당수 수험생들은 필요 이상의 시험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우리의 수능과 유사한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SAT)도 ‘논리력 시험’과 ‘과목 시험’으로 나뉘어 있고, 대학마다 입시에 반영하는 시험과목이 다르다.
일선 고교들은 지금도 수시전형에서 3000개가 넘는 입시 방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학 지도가 더 복잡해지고 힘들어질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학생들 역시 어느 유형을 택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중간 정도의 성적이어서 지원 대학을 정하기 애매한 학생들이 더 곤혹스러울 수 있다. 일부 고교들은 어느 고교의 학생들이 어려운 B형을 많이 선택하느냐에 따라 고교가 서열화할 것이라고 불평한다. 대학들도 ‘A형 대학’ ‘B형 대학’으로 분류되는 데 따른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새 수능 실시를 유보하는 것은 입시의 안정성 면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선택형 수능’은 2010년 9월 처음 공론화했고 전국적인 공청회, 고교 교사와 대학 입학처장을 상대로 한 간담회, 여론 조사를 거쳐 2011년 1월 시안을 발표했다. 3년의 예고기간을 거친 제도다. 새 제도에 맞춰 시험 준비를 해온 고교생도 적지 않다. 불과 시험 10개월을 앞두고 이미 발표한 계획을 바꾸는 것은 더 큰 혼란과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을 부를 것이다.
교육열이 강하고 대학 진학이 사회적 신분 결정과 직결돼 있는 한국에서 입시의 예측 가능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는 예정대로 실시한 뒤 보완할 점이 드러나면 다시 논의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