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대석의 落馬와 두 대변인의 견해차가 뜻하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4일 03시 00분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낙마(落馬) 사례가 된 최대석 위원의 사퇴를 두고 뒷말이 많다. 지난해 말 대변인에 지명된 이후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 위원의 사의를 즉각 받아들인 걸 보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 보인다. 윤 대변인은 “이유는 알고 있지만 공개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단 3명뿐인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 중 한 명으로 차기 통일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인물이다. 7∼8년 전부터 박 당선인에게 외교안보에 대해 조언했고 박 당선인의 두뇌집단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이기도 하다. 그만큼 무게 있는 인수위원이었다.

최 위원의 낙마는 함께 일해 본 사람을 중용하고, 철통보안 속에서 검증하는 박 당선인 식 밀봉(密封) 인사가 가져온 폐해는 아닌지 숙고해 볼 일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무총리 인선과 조각(組閣) 과정에서도 제2, 제3의 최대석 위원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인사검증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예전 정부의 첫 조각 과정에서도 후보자가 낙마하는 사례가 없지 않았으나, 주요 직책 후보자의 낙마는 수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신뢰에 큰 손상을 주게 마련이다.

인수위 불통(不通)은 지나친 ‘보안의식’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심기(心氣)에 대한 대변인들의 설명조차 엇갈리는 것이 상징적인 예다. 윤 대변인이 12일 부처의 업무보고와 관련해 “박 당선인이 격노하거나 화를 낸 적은 없다”고 말했으나,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박선규 대변인은 박 당선인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뒤집어 버렸다. 각 부처가 어떤 보고를 했고, 인수위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전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박 당선인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박 대변인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도대체 왜 그런 마음을 갖게 됐는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래서는 곤란하다. 이런 인수위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한다고 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인수위는 정책을 입안하지 않고 인수만 하는 곳이라고 주장하며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는 것은 독선적인 태도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행세하면서 설익은 정책 발표를 남발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애초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정책혼선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인수위가 정부 부처의 보고 내용에 대해 일절 브리핑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일부나마 공개하겠다고 방침을 바꾼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박 당선인이 ‘촉새’를 배척하고 보안을 중시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국익을 위해 알 권리를 다소 유보하고 보안을 유지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러나 차기 정권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는 국민의 생각을 듣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또한 8주간의 인수위 활동은 그 정권의 성격과 이미지를 형성하는 동시에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대선 과정에서 쏟아낸 공약을 모두 실천하겠다며, 재원 마련에 난색을 표하는 정부 부처를 몰아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요즘 인수위를 보며 박근혜 정부가 불통 정부로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인수위#최대석#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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