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의원 연금’을 지원하는 헌정회 보조금 128억 원이 포함된 국회 예산안이 통과됐다. 이 예산안은 소관위인 국회 운영위원회 심사 절차도 거치지 않고 원안대로 통과돼 ‘끼워 넣기’ 논란도 일었다. 지난해 여야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 차원에서 연금개혁안을 내세웠다. 지급 대상을 저소득 전직 의원으로 제한하는 것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재직 기간에는 이견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1년 이상, 민주통합당은 기존 수령자 중 4년 이상 재직자로 한정하는 법안을 각각 제출했으나 둘 다 소관위에 계류되어 있다.
현행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에는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은 제외된다. 이 연금은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및 관련 정관에 의해 65세 이상 연로 회원에게 지원금 형태로 지급되기 때문에 사실상 연금이라기보다는 보조금 성격이 더 강하다.
이 연금은 세 가지 측면에서 지나친 특혜 논란을 불렀다.
첫째, 18대 국회의원이 포함된 전체 지급 대상자 783명에게 근속요건 없이 일괄 지급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단 하루만 근무해도 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둘째, 지급 금액이 ‘비용 부담의 원칙’에 어긋난다. 본인이 기여금을 전혀 내지 않는, 전액 국고보조금 형태이기 때문이다. 셋째, 금고 이상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도 지급일 현재 집행이 종료 또는 면제될 경우 연금 수령 자격이 유지된다.
미국 연방의회는 총 535명으로 구성되는데 2011년 말 기준으로 연금 수령자 수는 총 495명이며, 현직 의원 수 대비 88%다. 올해부터는 처음 당선될 경우 기여금 납부율이 138% 올라가고, 다른 연방공무원과 동일한 가산율이 적용된다. 형평성 차원에서 선출직 공무원의 혜택을 점진적으로 없앤다는 취지에서다.
미국 의원연금 제도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의원과 국가가 비용을 공동 부담한다. 기존 연방의원은 세비 중 1.3%를 본인 기여금으로, 연방의회는 18.3%를 기관 기여금으로 낸다. 연금액은 근속 기간과 임금이 가장 높은 3년간의 평균 급여에 근거하나, 첫 수령액은 최종 급여의 80%를 초과할 수 없다. 둘째, 기타 연방공무원과 동일한 지급 기준이 적용된다. 만 62세 이상 최소 5년 이상 근속자로 한정되는 것이다. 연방의회 직원 및 평화봉사단 등 법률로 지정된 자원봉사단체의 재직 기간 등도 합산된다. 셋째, 연방의원에게는 더욱 강력한 벌칙 규정이 적용된다. 예컨대 대통령 부통령 주지사 시장 등 모든 선출직은 재직 기간에 발생한 부패 관련 중범죄 및 선거범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연금 혜택을 잃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 국회의원 연금 제도에도 ‘비용 부담의 원칙’ 등을 적용하기 위해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일방적인 보조금 성격이 아니라 연금의 기본 속성에 따라 일정액의 자기 부담을 해야 하고, 부정 등 문제가 있을 경우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째, 공무원연금법에 국회의원 연금 관련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이는 이 법 제2조 ‘선출직 공무원 제외’ 조항을 삭제하면 된다. 둘째, 5년 이상 재직자에게만 연금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임기가 4년인 점을 감안해서 한국국제협력단 등 자원봉사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을 최대 1년까지 산입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셋째, 국회의원의 부정부패 관련 범죄에 대한 한층 강화된 벌칙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연금의 기본 정의는 ‘일정 기간 돈을 내고 그 비율에 맞춰 받는 것’이다. 자기 돈은 한 푼도 내지 않고 평생 돈을 받는다면 연금이 아니라 보조금이다. 생활빈곤층도 아닌데 이런 혜택이 특혜가 아니라면 무엇이 특혜일까. 여야는 1월 임시국회에서 연금제도 개혁 실천을 통해 ‘정치 쇄신’ 의지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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