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민주통합당 추미애 박영선 의원 등이 공기업과 준(準)정부기관에서 여성임원 비율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공공기관의 경우 특정 성별이 3년 내에 85%, 5년 내에 7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결국 3년 안에 여성임원을 15%, 5년 안에 30%까지 의무화하라는 뜻이다.
유럽 국가들은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기업에까지 여성 할당제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프랑스는 기업 임원의 40%를 여성에게 주는 여성할당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2011년 기준 10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이 1.48%에 불과하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부문에는 여성 임원이 거의 없다. 이처럼 여성 고위직 비중이 낮아 한국의 성(性)권한지수는 세계 100위권을 맴돌고 있다. 여성임원을 늘리겠다는 방향은 옳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100대 기업에는 중간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이 5.38%에 불과하다. 이처럼 ‘준비된 여성임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단기 목표에 치중하다 보면 역량과 자질이 떨어지는 여성이 발탁되거나 남자가 역차별을 당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조직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공공이든 민간이든 고위직 여성이 적은 것은 우수한 여성인력이 육아나 교육의 어려움 때문에 중도에 탈락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특혜를 주기보다는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관리자 시절 여성에게는 인사 기획 재무 마케팅 등 핵심 보직을 주지 않으면서 “막상 임원으로 승진시키려 해도 여자가 없다”는 말을 해서는 곤란하다.
여성 중간관리자 그룹이 두꺼워지면 할당제 도움 없이도 여성 임원이 나올 수 있다. 한국에서 대학 입시, 공무원시험 및 고시에서 여성 합격률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어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시간문제다. 능력 본위의 인사는 어느 조직에서나 대원칙이다. 여자라고 해서 특별 대우하는 것은 여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것만큼이나 여자들도 원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