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은 권위적이었을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소통에 노력한 대통령이었다. 정책 결정을 위해 월간 경제동향 보고, 수출 진흥 확대회의, 청와대 국무회의, 국가 기본운영계획 심사분석회의, 방위산업 진흥 확대회의를 정례화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구를 이끌고 경기 과천시와 청와대를 오가며 국무회의를 반드시 주재하는 정성을 보였고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이런 기회를 통해 국정 현황을 파악하고 살아 있는 정보와 지식을 얻고, 찬반양론을 들어가며 의사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정을 수행할 기회는 상당히 많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연두교서, 중앙기관 및 시도 연초 업무보고, 국무회의, 주례연설 등이다. 역대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장점과 시대의 변화에 맞는 방법을 찾아 새 정부도 소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라. 대변인이 결정 사항을 전달만 하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국민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를 답하는 ‘양방향’ 역동적인 소통을 권하고 싶다.
둘째, 요즘 일부에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문제인데 나 역시 청와대 본관 배치를 바꾸라고 권하고 싶다. 청와대는 대통령 관저, 집무를 보는 본관, 위민관·비서실 등 부속건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현 구조는 대통령이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고 지시하도록 되어 있다. 함께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은 부속건물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해 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여러 번거로움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적어도 본관에 수석비서관실을 배치해 대통령과 참모가 함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셋째, 청와대에 컬로퀴엄(Colloquium)과 같은 제도를 만들어 수평적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으면 한다. 컬로퀴엄은 발제자가 주제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참여자가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면, 사회자가 정리하면서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넓혀가는 열린 공간이다. 청와대 내에 국정 과제에 대한 학습의 장을 만들어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한다. 역대 대통령 중 대부분이 혼자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국정 현안에 대한 토론 자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찬성 반대 의견,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까지 국정에 반영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국민들은 설사 자신과 다른 의견이 채택되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뿐 아니라 모든 공직자도 자신의 패러다임에만 빠져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넷째, ‘빨리빨리’보다는 정확함을 추구했으면 한다. 속도를 강조하다 보면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대사회는 네트워크 중심의 지식사회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정보와 지식이 신속하게 전파되고 공유되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일수록 속도를 늦춰 신중히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역대 정부 장점을 골라 벤치마킹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역대 정부는 여야 또는 과거의 정권과 차별화하려는 목적으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난 것을 모두 부정했다. 장점은 계승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지혜와 포용력을 갖지 못했다. 소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박정희 김대중 정부의 소통방식 가운데 장점은 본받아야 한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새해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는 연두교서부터 부활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그리고 국회도 국가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존중해야 한다. 여기에서부터 소통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연초 업무보고, 국무회의, 주례연설 등 역대 정부의 소통방식 중 장점은 계승하고 당선인과 정부의 성격에 맞게 이를 발전시켜 국정 운영을 국민과의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국정 운영 중 극비사항을 제외하고 모두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임은 물론이다.
이제 새 정부의 힘찬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들은 국가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욕구, 희망, 기대, 아픔, 절박감 등을 공감해 주기를 원한다. 설사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은 커다란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함께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소통을 원한다. 소통의 부재는 평소에 드러나지 않지만 천안함 사건 등과 같이 국가적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정부의 무능력으로 나타난다.
덧붙여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사전에 질문자를 정해 놓고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도록 진행하는 관행도 사라졌으면 한다. 국민은 다소 진행이 매끄럽고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대통령의 진정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국민을 위하여 갑론을박하는 역동적인 모습에서, 그리고 결론을 존중하는 모습에서 믿음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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