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자유를 향한 날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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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대가족’(1963년·캔버스에 유채)
르네 마그리트 ‘대가족’(1963년·캔버스에 유채)
《너는 네 자신이 될 수 있는 자유, 너의 진정한 자아가 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는 거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아무것도 너의 길을 방해할 수는 없어. 그것은 위대한 갈매기의 법칙이야. 바로 존재하는 법칙이지.(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중)》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은 매우 특별한 갈매기다. 다른 갈매기들이 선창가를 기웃거리며 먹이를 탐내는 시간에도 홀로 더 멀리, 더 높이 나는 법을 연습한다. 조나단에게 비행(飛行)은 존재의 의미, 자유의지, 해방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자신이 단순히 뼈와 깃털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원하는 어디로든 갈 수 있고 원하는 어떤 존재도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갈매기 사회가 강요하는 질서와 법칙에 순종하는 대신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 조나단을 떠올리게 한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 위로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펼치고 비상(飛上)한다. 그림 속 갈매기는 평범한 갈매기가 아니다. 하늘의 구름도 단숨에 통과시키는 투명갈매기다. 아니, 갈매기 형상의 구름일까?

새인 듯 구름인 듯, 구름인 듯 새인 듯, 하나이면서 두 개인 이미지는 눈을 헷갈리게 한다. 마그리트는 왜 알쏭달쏭한 그림을 그렸을까?

남과 다른 눈으로 세상 만물을 새롭게 바라보라는 뜻이다. 익숙한 새를 낯설게 하면 눈길을 끌게 되고 그 순간 호기심이 발동한다.

친숙한 것을 이용해 새로운 것을 창안하는 창의발상법이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변화가 두려워 익숙한 것만 찾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우리의 정신을 각성시키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는 접어두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장롱날개가 있다.

날개가 녹슬기 전에 조나단처럼 비행 연습을 시작해야겠다.

이명옥
#대가족#조나단#창의발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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