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년기획 ‘시동 꺼! 반칙운전’ 기사를 읽으며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운전자들의 ‘꼬리물기’는 ‘나부터 무조건 진입하고 보자’는 나쁜 운전습관 때문에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초보 운전자는 물론이고 경험이 많은 운전자 중에도 초록 신호등과 앞차만 보고 진행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꼬리물기를 하는 사례도 많다. 꼬리물기에 대한 계몽 단속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예를 들어 출발선 사거리에서 다음 사거리까지 차량이 진행할 때 연계식 신호 체계를 갖춰야만 한다. 30∼50m도 채 되지 않는 사거리를 지나는 도중에 빨간 신호등으로 바뀌어 더이상 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꼬리물기를 계몽 단속해도 근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꼬리물기가 한번 시작되면 운전자들로서는 ‘일단 차를 들이밀지 않으면 지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신호체계가 잘못돼 항시 정체가 빚어지면서 운전자들의 조급함과 끼어들기, 경적 울리기 등을 유발하는 곳이 많다.
청계천1∼9가의 경우 2차로 중 1개 차로는 불법 주정차가 관례처럼 되어 있다. 대부분 길에서 겨우 1차로로 차량이 소통하는데도 관계당국의 단속이 있는지, 없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또 교량마다 비보호 좌회전을 했으면 곧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신호가 연계되어야 하는데 꼭 교량 위에서 정차하도록 되어 있어 정체를 가중시킨다. 더 답답한 것은 직진해도 전혀 지장이 없도록 차나 보행자가 지나가지 않는데도 차가 일단 정지하게끔 신호체계가 되어 있어 뒤따르는 차량들이 자연스럽게 정체하게 된다는 점이다. 관련 당국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시설과 운영 방식에도 문제가 많다. 뒷골목 후미진 곳은 철저하게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하면서도 차량 소통이 많아 늘 복잡한 지역(주로 상가나 관공서 인근 등)의 주정차는 단속이 별로 없는 현실을 보면 무엇을 위해 교통단속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반포대교 남단 고가도로 아래에는 각종 폐차가 몇 대씩 장기간 방치돼 있다. 사고로 찌그러지고 도저히 탈 수 없는 차를 누군가가 버려놓은 것이다. 이 차들은 번호판도 제대로 없다. 그런데 왜 견인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일반인의 차는 5분만 세워놔도 부리나케 딱지를 떼는데 이 차들은 왜 수십 일, 수개월씩 있는데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을까.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번호판이 없으니 단속해도 과태료를 쉽게 물릴 수 없고, 끝까지 추적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너무 낭비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범칙금이나 부과하러 다니는 단속 공무원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보이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물론 끼어들기, 과속, 난폭운전, 신호 무시 등 해서는 안 되는 불법 행위를 상습적으로 하는 운전자들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면허를 취소하든지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선량한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게 단속에 걸리는 현상을 막으려면 도로교통 관련 신호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