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지금 SNS에서는]스피드 서비스가 능사는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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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맥도널드 60초 서비스 포스터(위)와 SNS에서 돌고 있는 속 재료가 빠진 ‘빅맥’ 사진.
일본 맥도널드 60초 서비스 포스터(위)와 SNS에서 돌고 있는 속 재료가 빠진 ‘빅맥’ 사진.
‘패스트푸드(fast food)’란 단어 그대로 빨리 제조되는 음식을 말한다. 조리 과정과 서비스의 효율을 극대화한 패스트푸드는 바쁜 현대인에게 어필하며 산업으로 급성장했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맥도널드는 효율성과 합리성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미국의 사회학자 조지 리처는 저서 ‘맥도널드 그리고 맥도널드화’에서 현대사회에서 시스템이 효율성을 앞세워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현상을 맥도널드화(McDonaldization)라는 말로 설명했다.

최근 국내 SNS와 인터넷 등에서는 일본 맥도널드에서 이달 초부터 시행하는 서비스 캠페인이 화제다. 이른바 ‘60초 서비스’라 불리는 이 캠페인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 맥도널드를 이용할 경우, 계산대에서 주문을 시작한 뒤부터 대기 시간이 1분을 넘으면 햄버거 교환권을 제공하는 마케팅 프로모션 행사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으로 보이는 이 행사에 대해 누리꾼들은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터넷 블로그 등에는 ‘기적의 버거 인증샷’이라는 제목으로 포장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아 지저분하거나 빵과 쇠고기 패티의 순서가 뒤죽박죽 된 햄버거를 비롯해 패티나 치즈, 야채 같은 재료가 빠졌거나 심지어 빵이 없이 포장된 ‘황당한 햄버거’ 사진이 돌고 있다. 사진과 함께 “60초 도전 그만두는 것이 좋다. 서비스는 격렬하게 떨어지고 있다”라는 등의 ‘60초 서비스’를 비판하는 글로 가득하다.

일본 맥도널드에서 실제로 이 같은 햄버거를 내놨는지 사진의 진위는 알 수 없다. 일부 사진은 ‘60초 서비스’를 조롱하기 위해 조작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 행사가 소비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누리꾼들은 망가진 햄버거 사진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라면서도 “왜 저런 서비스를 하는지 모르겠다. 알바생들은 죽을 맛”, “주문 꼬이는 건 다반사에 직원들이 지쳐 나가떨어지기 쉽다”라고 비판했다. 또 “빨리하다 보면 질은 떨어지게 돼 있다”, “일단은 (주문 받을 때) 잘나가는 햄버거 세트 위주로 대량생산하고 비주류 메뉴를 주문하면 (다른 것을 사도록) 잘라내는 스킬을 요한다”라면서 이 같은 서비스가 결코 소비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한 글도 많다.

사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런던 올림픽 기간에 ‘60초 서비스’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다가 인터넷과 SNS 등에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한 누리꾼은 이 같은 행사에 대해 “직원의 고통을 즐기라는 이벤트”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리처는 그의 책에서 “합리성을 바탕으로 막대한 이익을 제공하는 맥도널드화의 이면에는 합리성이 초래하는 불합리성이 존재하고, 인간 자체를 비인간화시키는 폐해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맥도널드의 60초 서비스 논란 역시 그 합리성의 이면을 보여 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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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패스트푸드#서비스#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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