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박힌 고양이의 몸이 빠지지 않는다 문득 한 음악이, 혹은 한 그림이 우리의 어떤 기억을 일렁일렁 일깨울 때가 있다. 우리 마음에 한숨의 웅덩이 같은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하고, 뽀얀 그리움의 신기루를 피워 올리기도 하는 기억들. ‘바삭’ 마르도록 오래전 일이어도 어떤 기억은 ‘살살 긁어보면 피가 배어나오기도 한다’.
시인에게 와 닿은 그림이 있다. 그림 속의 봄날과 꽃과 나비와 고양이가 수 세기를 가볍게 넘어, 마치 ‘어제 본 나비, 어제 본 고양이’처럼 생생하다. 그림 안과 그림 밖이 맞물리는 감각의 이 환각적 맥놀이를 세밀히 그린 시다. 시를 살살 긁어 보면, 그림을 보면서 일깨워진 시인의 ‘가느다란 잎맥으로 남아 있는’, 어쩌면 어둡고 슬픈 기억이 설핏 느껴진다.
‘200년 전 그림 속으로 들어간 나비와 고양이’라는 구절을 단서로 두 개의 그림을 찾았다. 18세기 중엽에 태어난 화가 김홍도의 ‘황묘롱접도(黃猫弄蝶圖·나비를 희롱하는 노란 고양이 그림)’, 그리고 18세기에 그려졌다는 장자크 바셸리에의 ‘나비를 노리는 흰색 앙고라 고양이’다. 이 중에 시인이 본 그림이 있을까? 이 겨울에 이불만 뒤집어쓰고 있지 말고 바람도 쐴 겸 미술관에라도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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