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난히 ‘패혈증(敗血症)’이라는 병명이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웃음의 중요성을 전파한 건강 전도사 황수관 박사도,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 씨도 패혈증으로 사망하면서 이 병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패혈증이라는 단어의 한자 뜻을 그대로 풀어 보면 ‘피가 부패한 증세’라는 뜻이지만 의학적으로는 침범한 균에 대항해 우리 몸이 전신적인 염증성 반응을 만들어낸 상태를 말한다. 균이 침투하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은 균과의 전쟁에 돌입하는데, 이때 고열이 나면서 심박동수가 빨라지고, 호흡수가 올라가며 균과 맞서 싸우는 백혈구 수가 증가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패혈증이다.
패혈성 쇼크, 치사율 50%
하지만 패혈증은 새로 생긴 병이 아니다. 누구든 몸의 저항력이 약해지면 감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한 패혈증이 생기게 된다. 실제로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다만 최근에 주요 이슈로 부각된 이유는 패혈증의 조기 진단 및 적절한 초동 치료가 환자의 치료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의료진이 이 진단명을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폐렴에 의해 패혈증이 생겨 환자가 사망한 경우, 과거에는 그냥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했을 것을 지금은 폐렴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패혈증은 어떠한 감염증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진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나 당뇨, 암 등 만성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폐렴 등 감염증이 생기면 패혈증이 생기기 쉽다. 이런 전신성 반응이 심해져서 주요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치사율은 10∼30%까지 증가하고, 패혈성 쇼크가 올 경우 치사율이 40∼50%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혈증은 주요 장기의 기능이 나빠지기 전에 진단해서 적절하게 치료하면 치유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패혈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중환자 치료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있는 의료진이 필요하다.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패혈증 환자의 치료 결과에 대한 보고에 따르면 중환자 전문의가 있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던 중증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과 그런 전문 인력이 없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던 환자의 사망률은 2배나 차이가 났다. 그러나 2009년 중환자의학회에서 발행한 국내 중환자실 현황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담 전문의가 있는 중환자실은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18%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중환자실 환자사망률 2배 차이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중환자실의 수가(酬價)가 비현실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기에는 중환자 전문의의 중환자실 배치가 턱없이 부족해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패혈증의 실질적인 예방책은 없다. 단지 당뇨, 만성 신장질환, 만성 심부전, 간질환, 암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면역 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이 열이 나면서 호흡수가 증가하거나, 의식이 떨어지거나 저혈압 증세를 보일 때는 패혈증일 가능성이 있으니 의료기관을 조기에 방문하는 게 좋다. 또한 가장 흔하게 문제가 되는 감염증인 폐렴 예방을 위한 일반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폐에 심한 구조적 질환이 있거나 50세 이상에서는 폐렴 발생의 30∼40%를 차지하는 폐렴구균에 대한 백신을 접종받는 것을 권장한다. 겨울철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독감 백신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독감과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