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율 예산 9%로 무슨 지방자치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6일 03시 00분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19년째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成年)이 가까워져 독립을 준비해야 할 연륜이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거꾸로 중앙정부에 예속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본보가 새해를 맞아 전국 시도지사 인터뷰를 한 결과 허울뿐인 지방자치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실질적 지방자치를 가로막고 있는 큰 걸림돌은 재정이다. 지난해 지방정부의 전체 예산 151조 원 가운데 인건비 등 경상비 31조 원, 국고보조사업비 60조 원(국가예산 기준), 법적·의무적 경비 46조 원을 빼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14조 원에 불과했다. 전체 지자체 예산의 9% 수준이다. 자율 예산만 놓고 본다면 ‘9% 자치’ 또는 ‘1할 자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 재정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 대 2로 설계돼 있어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중앙정부가 사업과 예산을 지정해주는 국고보조사업이 크게 늘면서 지방재정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국고보조사업은 2005년 233건, 8조 원에서 2012년엔 980건, 32조 원(당초 지방예산 기준)으로 증가했다. 중앙정부가 결정하면 지자체는 따를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 인적 물적 부담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자치입법권의 제한도 지방자치의 장애 요인이다. 지자체의 부단체장 수와 조직의 구조 및 개수가 모두 법령으로 규정돼 있어 지자체가 특성에 맞게 조정할 수가 없다. 조례도 법령 범위 안에서만 제정이 가능하다. 자치의 모양새만 갖추었을 뿐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손발이 묶여 있는 셈이다.

지방자치의 내실을 다지려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조정, 국고보조사업의 정비를 통해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일이 급선무다. 지자체에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는 실질적인 분권(分權)도 이뤄져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자치경찰제와 자치교육제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군구 단체장과 의원들의 정당 공천을 배제해 지방행정이 지나치게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폐단도 시정해 나가야 한다.
#자율 예산#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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