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진재일]글로벌호크란 무엇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6일 03시 00분


진재일 한국국방연구원 군사기획연구센터 전력소요2팀장 연구위원
진재일 한국국방연구원 군사기획연구센터 전력소요2팀장 연구위원
지난해 12월 21일 미국 안보지원협력국은 ‘RQ-4B 글로벌호크 블록 30’의 한국 판매를 공표했다. 12억 달러의 거액이란 걸림돌이 있지만, 계약이 성사된다면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글로벌호크 블록 30을 도입하는 최초의 국가가 된다. 글로벌호크는 기존에 사용하던 유인정찰기인 U-2를 대체하기 위하여 미국이 개발한 무인 정찰기다. 임무는 고고도에서 장기간 체공하면서 광범위한 지역을 정찰하는 것인데, 글로벌호크는 약 20km 상공에서 운용하고 이 정도 고도는 적기나 지대공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또 활동하는 성층권은 공기 흐름이 매우 안정적이어서 정밀 감시정찰이 용이하다. 특히 운용시간이 28시간 이상이고 작전반경이 통상 3000∼1만6000km여서 매우 넓은 지역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

글로벌호크는 아프가니스탄 내전과 이라크전에 시범기가 투입된 후 성능이 개선돼 현재는 네 종류의 버전과 해양감시용 버전까지 나와 있다. 그중 시범기는 현재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첫 번째 개량형인 블록 10 기종은 2011년을 기점으로 모두 퇴역했다. 블록 20은 영상센서를 탑재한 버전과 통신중계용 버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정찰 등 인도적 지원과 리비아 ‘오디세이의 새벽’ 작전 등에 투입된 블록 30은 초기 운용시험에서 미비점이 드러나고, 고비용에 따른 사업 축소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2011년 8월 이후 11기가 실전에 운용되고 있는 최신형이다.

기능면에서 글로벌호크는 탑재장비, 임무통제장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탑재장비는 항전장비와 센서장비만 있으며 무장은 장착하지 않는다. 항전장비는 고정밀도의 3차원 항법체계로 자동 육상이동, 이착륙 및 임무작전을 지원하고, 통신 두절이나 체계 고장 등 비상시에도 기지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임무컴퓨터가 자동으로 통제한다. 센서장비는 영상센서와 신호정보센서가 있고 영상센서는 주간정밀촬영용 디지털 카메라인 전자광학센서, 주야간용 적외선센서, 주야간 전천후 광역촬영을 위한 합성개구레이더센서 및 지상이동표적추적용 장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중요한 영상센서의 능력은 거리에 따라 변하지만 전자광학센서는 80km, 적외선센서는 50km, 합성개구레이더센서는 120km에서의 정밀촬영에 효과적이다. 레이더가 차량에 탑재된 것인지, 트레일러에 탑재된 것인지를 구별해내고 배추밭의 고랑을 구별할 정도다. 또 신호정보센서를 통해 무선주파수 신호 정보를 탐지 식별하고, 방향 탐지 및 지상위치 식별 정보 등을 자동으로 수집 처리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기체에 내장된 통합항공통신체계가 무선통신과 위성통신으로 형성된 중첩적인 통신데이터링크를 통하여 각 부대에 전파한다.

글로벌호크는 사람이 타지 않고 원격 조종으로 통제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호크의 임무 통제를 위해서 지상의 주기지에 위치한 임무통제소에서 이착륙통제조종사, 임무통제조종사, 각종 영상정보센서운용요원, 신호정보센서운용요원, 정찰임무지휘관 등 ‘가상승무원’들이 24시간 활동한다. 결국 글로벌호크는 각종 고성능의 센서를 탑재한 날아다니는 슈퍼컴퓨터로서 광역에서 근실시간의 정보 수집, 분석, 전파가 가능한 종합 정보감시정찰체계이다. 수백 km 상공에서 운용되고, 궤도 수정이 제한되는 정찰위성에 비교해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표적에 관한 상대적으로 상세한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어 우리 군이 도입할 경우 북한 후방지역의 감시·정찰과 한반도 주변의 전략적 전장 감시기반 확보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진재일 한국국방연구원 군사기획연구센터 전력소요2팀장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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