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면 맥주와 소시지, 벤츠와 BMW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지금의 애국가에 앞서 대한제국의 국가가 있었고, 이를 대한제국 군악대장으로 초빙된 독일인 음악가 프란츠 폰 에케르트가 작곡한 사실이나, 고종 황제의 주치의가 리하르트 분쉬라는 독일인 의사였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분쉬는 대한제국 말 콜레라 예방에 노력한 공로로 우리 의학계가 ‘분쉬 의학상’을 제정하기까지 했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독일과 국교를 맺은 지 130년이 된다. 1883년 11월 26일 ‘조-독 수호통상조약’ 체결로 시작된 양국 관계는 식민지배 및 세계대전, 양국 분단, 탈냉전 후 독일통일 등 20세기 세계사 질곡의 한가운데를 지나 계속 이어 오고 있다.
양국 관계를 되돌아볼 때 광산 근로자 및 간호사 파독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1961년 우리 정부는 경제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같은 분단국인 서독에 지원을 요청했고, 서독은 광원과 간호사 파견을 요청했다. 이후 1963∼77년 8000여 명의 광산 근로자와 1964∼76년 1만여 명의 간호사가 파독됐다. 1964년 12월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루르 지방 탄광촌을 방문해 우리 광산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국가 경제 발전 의지를 다진 일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파독 간호사와 광산 근로자는 베트남전 파병과 중동 근로자 파견에 앞선 최초의 대규모 인력 해외 파견 사례로 우리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오늘날 독일은 세계 경제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유럽은 물론 세계 경제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서 있다. 독일은 또 정치 강국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세계사에 전례가 없던 동서독 통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유럽의 중심 국가로 등장한 것이다.
양국은 자원 부족 국가로서 제조업 중심의 수출 지향적 산업 구조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1년 7월 1일 발효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교역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아울러 독일은 풍력발전 설비 세계 1위, 태양광발전 설비 세계 2위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선진 위상을 바탕으로 2022년까지 100% 탈원전을 위한 과감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 중이다.
통일이라는 우리의 과제에서도 독일은 소중한 파트너다. 독일인들은 분단 경험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통독 후 2조 유로 이상의 천문학적 통일 비용을 지불하고 초기에는 여러 어려움도 있었으나 통독 23년이 지난 지금 독일은 통일과 사회통합을 훌륭히 완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교 130주년 및 광원 파독 50주년을 맞아 양국은 이러한 협력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양국 정부는 공동으로 기념우표를 발행하고, 기념 로고를 채택하며, 공동 심포지엄 및 다양한 문화행사를 양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우리 파독 근로자의 애환을 돌아보는 방송 다큐멘터리와 독일 위문 공연도 준비 중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12월 외국 지도자 중 가장 먼저 박근혜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를 해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박 당선인이 독일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뜻 깊은 해에 많은 우리 국민이 독일을 방문해 5000여 종의 독일 맥주와 시원한 아우토반을 경험하고, 독일 매장을 휩쓸고 있는 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 한식과 강남스타일 등 변화된 우리 위상을 직접 체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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