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명필 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은 지난해 말 퇴임 직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스스로 100점 만점에 95점이라고 평가했다. 3년 8개월간 사업을 진두지휘한 그는 “하천 준설을 통해 1년 내내 물이 흐르는 강을 만들고 홍수와 가뭄에 견딜 수 있는 수자원 관리가 이뤄졌다”고 자랑했다.
그제 공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심 본부장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4대강의 주요 시설물인 보(洑)의 내구성과 수문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불합리한 관리로 수질이 악화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준설로 유지관리 비용이 2880억 원이나 되는 문제도 드러났다. 22조 원을 들인 대형 국책 사업을 임기 내에 마무리하려고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가 관리 감독에 빈틈이 생기고 부실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감사원이 2010년 1차 감사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이번에는 다른 감사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1차 때는 ‘공사 결과’가 아니라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 평가 등 ‘공사 이전’을 감사한 것이어서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4대강 추진본부는 감사 결과에 대해 “시민단체의 주장만 받아들여 문제를 부풀렸다”며 억울해한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도 어제 “보의 안전과 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으나 감사원의 구체적인 지적들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을 인정하고 보완을 약속했다. 감사 결과를 부풀려서도 안 되고 깎아내릴 이유도 없다. 정부 당국은 감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설계, 수질, 유지보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꼼꼼히 재점검하고 철저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4대강의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침식과 재(再)퇴적 같은 부작용을 피하려면 지류 지천의 수질 개선 사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
4대강 사업은 16개의 보를 설치해 전국적으로 저수량 6억2000만 t의 ‘거대한 물그릇’을 만드는 공사로 200년에 한 번 올지도 모를 홍수와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까지 대비하는 건국 이후 최대의 치수(治水) 사업이다. 한반도는 강수량이 집중되는 여름철에 홍수 피해를 보고 봄에는 강이 말라 가뭄에 시달린다. 물 부족과 홍수에 대비해 물그릇을 키우고 물길을 정비하는 일은 어느 정부라도 꼭 해야 할 사업이다. 태풍과 호우가 잦았던 지난해 홍수 피해가 예년보다 줄었던 것도 4대강 사업의 덕이다. 공사 부실은 시정해야 하지만 치수 사업의 의미와 필요성까지 부인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16개 보를 다 뜯어내서 강을 옛날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식으로 이번 감사 결과를 이용하려는 것은 이성적 대응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후보 TV토론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 제기를 알고 있다. 위원회 등을 구성해 잘못된 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약속대로 새 정부는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문제점을 찾아내고, 부실을 털어낼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