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억지 주장에는 선 긋는 민주당을 보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9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 일부 국회의원의 주선으로 그제 국회의사당에서 18대 대통령선거 개표 과정 공개 시연회(試演會)가 열렸다. 개표 부정 의혹이 제기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나서 실제와 똑같은 방식으로 개표의 전 과정을 재연했다. 그러나 일부 참관자의 억지 주장과 생트집으로 시연회는 파행을 겪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개표 부정을 한단 말인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보여준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모양이다.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야권 열성 지지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과 그들이 주장하는 개표 부정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동안 제기된 개표 부정 의혹들에 대해서는 중앙선관위가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해왔다. 그런데도 일부 야권 지지자는 계속 부정을 주장하며 수(手)개표 청원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심지어 미국 백악관 사이트에도 청원을 제기했다. 그들은 그렇다 치고 정작 이해하기 힘든 것은 일부 민주당 의원의 행태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추진”을 운운하거나 “그냥 방치하면 그 사람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릴 것”이라며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정청래 의원의 청원 주선과 진선미 의원의 요구로 개표 과정 공개 시연회까지 열리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개표 부정 주장을 거들기보다 단호하게 선을 긋고 “깨끗하게 승복하자”고 설득했어야 옳다. 문재인 후보도 개표가 시작돼 패색이 짙어지자 곧바로 승복 선언을 하지 않았는가. 지지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또는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해 억지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공당(公黨)의 모습이 아니다. 시연회를 연들 도대체 뭐가 달라졌나. 민주당 일각에서 “창피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광주전남, 부산경남, 대전충남 지역을 돌며 사죄와 참회를 하는 ‘회초리 투어’에 나서는 등 변신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겉모습만 고치거나, 내부 개혁을 하더라도 국민에게 ‘믿을 수 있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면 당의 미래는 어둡다. 상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합리를 존중하며, 억지 주장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단호함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쌓고 수권(受權)정당으로 거듭나는 길이다. 민주당은 종종 일부 극단적인 주장에 쏠려 다니다 합리적인 중도층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 스스로가 주장하듯 야당도 중요한 국정의 파트너다. 거기에 걸맞은 처신을 해야 한다. 야당이 바로 서야 정치도 살고 국정도 건강해진다.
#민주통합당#대선#공개 시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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