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우리 당의 공약과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중 경제민주화, 복지, 한반도 평화, 일자리 창출, 정치 혁신 등 공통 사항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재천 의원도 “여당이 하는 일이라고 해서 야당이 반대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공통분모가 있는 법안은 민주당이 먼저 또는 새누리당과 함께 발의해 공약이 실현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대선공약실천위원회를 발족해 당의 대선공약 실천 로드맵을 만들고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 여부도 점검하기로 했다.
세계 어느 나라나 보수와 진보 정당이 민심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지만 현실적인 공약은 수렴(收斂)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약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적지 않다. 비슷한 공약부터 협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대선공약실천위원장에 경제부총리 출신 정책통인 김진표 전 원내대표를 선임한 것에서도 당리당략만 고집하지 않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박 당선인도 민주당의 이런 선의(善意)에 화답해야 한다. 야당 공약이라고 해서 배척하지만 말고 좋은 공약은 적극 받아들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21일 채널A에 출연해 “박 당선인은 문재인 후보 공약 중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야당이 무조건 반대하지 않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고 밝힌 만큼 여당도 상생(相生) 정치에 나서는 것이 옳다.
다만 여든 야든 대선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재원 조달이 가능한지부터 머리를 맞대고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은 당장 정부조직법 개편안부터 민주당에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야당 의견도 반영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김 전 의장은 또 “야당도 예전처럼 물고 늘어지지만 말고 여당을 도와줄 게 있으면 흔쾌히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정책이나 사업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겠다고 하면 반대한 경우가 없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대표적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이번 대선에서 야당의 이미지를 떨어뜨린 측면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