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용]착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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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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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의 신년사도 유행을 탄다. 기업 환경과 경영 트렌드가 바뀌기 때문이다. 1970, 80년대에는 신년 목표에 “○○업계 1등이 되자”는 식의 ‘성과 독려형’ 표현이 많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 일류기업’ ‘글로벌 선도기업’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요즘은 ‘착하게 벌자’가 대세다. 지난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랑받는 기업’을 화두로 던진 게 대표적이다.

▷세계 경제위기 이후 기업과 금융회사의 탐욕을 감시하는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외부 압력만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바뀌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라젠드라 시소디아 미국 벤틀리대 교수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랑받는 기업’ 28곳을 분석해 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떠들썩한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경쟁사의 2배나 되는 수익을 내고 있었다. 마케팅 대가인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한술 더 떠 미래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단언했다.

▷동아일보가 서울여대 착한경영센터, 리서치앤리서치(R&R)와 함께 조사했더니 시민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착한 기업’은 매출액이나 사회공헌 지출 비용과는 순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수십 년간 소신을 갖고 꾸준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온 유한킴벌리, 우정사업본부(우체국택배), 한국야쿠르트와 같은 중견기업들이 1∼3위를 차지했다. 일회성 이벤트나 돈만 쏟아 부어서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지난해 국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327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국내 기업과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지출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벌고 쓰느냐에 따라 인지도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설립자인 이본 슈이나드는 “죽은 별에서는 어떤 비즈니스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본령은 이윤 추구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것이긴 하지만 사회나 협력업체 투자자 종업원 고객과 같은 이해관계자와 상생하지 못하면 기업 자체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균형이다.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아무리 많이 해도 경쟁력이 부족해 문을 닫는다면 사회에 더 큰 피해만 줄 뿐이다. 최근 기업들이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 빈곤, 물 부족, 건강 등과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도 올리는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모델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글로벌 선도기업#착한 기업#공유가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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