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한다는 것은 도대체 뭐지? 그건 목숨을 건다는 거야… 우리는 누군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생각을 절대로 할 수 없어. 그건 우리가 살기를 원하는 것인데 그러면 죽는 것을 두려워하게 돼. 아니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죽게 되면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괴롭다는 거야’ (마누엘 푸이그, ‘거미 여인의 키스’ 중)》
소설 ‘거미 여인의 키스’의 배경은 독재정권 시절의 아르헨티나 비야 데보토 형무소. 정치범인 발렌틴과 미성년자 성추행범인 몰리나는 한 감방에 수감된 죄수다. 혁명가인 발렌틴은 동성애자이며 하류 인생인 몰리나를 경멸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6편의 영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속마음을 터놓게 된다. 하지만 발렌틴은 사랑을 두려워한다. 혁명의 최강 무기인 투쟁 의지를 빼앗기 때문이다. 냉혹함은 인간적인 감정을 차단하는 마음의 갑옷이다. 하지만 발렌틴은 서서히 이 갑옷을 벗는다. 자신이 죽으면 사랑하는 사람을 살아있는 시체로 만든다는 깨달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임을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작품의 주제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피에타에서 가져왔다. ‘피에타(Pieta)’는 이탈리아어로 ‘신이여,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마리아가 아들 예수의 시신을 안고 비탄에 빠진 모습을 표현한 미술 양식을 가리킨다.
아브라모비치는 성모마리아, 연인이며 행위예술가인 울라이는 예수를 연기했다. 사랑의 고통과 피를 상징하는 빨간 드레스와 희생과 순결을 상징하는 흰색 옷의 강렬한 색상 대비로 비통함을 강조했다.
우리는 왜 죽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가. 나의 죽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가. 살해 욕구를 자극하는 상대가 누군가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 동안 많은 예술가가 피에타 주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피에타를 빌려 우리에게 자비와 용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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