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세호]철도정책, 큰 그림 그릴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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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
최근 국토해양부의 철도행정은 국가철도망 확충, 기술개발, 철도 안전과 같은 중차대한 정책은 보이지 않고 ‘코레일 잡기’식의 행정만 보인다. 코레일은 무능하기 때문에 2015년 개통되는 수서발 고속철도의 운영은 민간에 맡겨 철도운영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임금, 조직, 인력은 물론이고 요금 수준까지 정부 감독을 받는 공기업이다. 코레일은 노선확충으로 인력수요가 늘었음에도 최근 5년간 4000여 명의 정원을 줄였으며, 임금은 공기업 중 최하위 수준이고 부채비율도 공기업 평균보다 낮다. 또한 원가 이하의 운임구조 때문에 KTX를 제외한 모든 노선이 적자인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국토부는 이런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철도의 기반시설과 운영을 분리(상하분리)’하는 철도구조개혁을 추진해 왔으며, 영국과 일본의 철도 민영화 경험을 본받아 우리나라 철도에도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철도 상하분리의 논리는 아주 간단하다. 철도 기반시설에 대한 비용도 도로, 공항, 항만과 같이 운영주체가 아닌 정부가 부담해 철도가 다른 교통수단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즉 철도 내부의 경쟁 조성이 목적은 아니다. 1991년 철도의 상하분리를 지시한 유럽연합(EU)도 철도기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설과 운영의 회계는 명확히 분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선로, 차량 및 신호시스템들이 일체적으로 움직이는 철도 특성상 운영과 시설의 조직 분리까지 권고하지는 않았다.

일본 철도는 구조개혁 시 막대한 부채 탕감과 출자받은 토지를 바탕으로 한 부동산개발 등을 통해 운임수입에 버금가는 부대사업수익을 내고 있다. 국토부는 일본을 사례로 제시하면서도 일본과는 달리 철도역사와 같은 핵심 운영자산과 열차 운영 핵심 기능인 관제 기능까지 철도 운영과는 전혀 무관한 철도시설공단에 이관하려 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2015년 KTX 경쟁체제 도입(민영화)도 철도정책의 큰 틀 속에서 설명돼야 한다. 경험이 전무한 민간회사가 최첨단 고속철도를 그토록 짧은 기간에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코레일보다 요금은 10% 싸되 선로사용료는 더 내고도 민간기업이 운영할 수 있을지, 만일 경영이 어려워질 경우 공항철도처럼 코레일에 맡기지는 않을지, 2010년 12월에 개통한 경춘선과 2012년 6월에 개통한 수인선은 왜 당연하다는 듯이 코레일이 운영하게 했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국토부가 수익이 없는 철도노선을 국가철도망구축계획까지 수립해 건설하는 이유는 막대한 국고를 투자하면서도 통행료 한 푼 받지 않는 도로를 전국 방방곡곡에 깔아 주는 것과 같이 국민의 교통편익 증진을 위해서다. 철도 상하분리의 개념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국민의 교통편의를 위한 합리적이고 균형감각 있는 정책판단을 해야 한다.

이제 국토부는 긴 안목으로 철도 민간경쟁체제 도입 정책의 방향과 종착역을 밝혀야 한다. 수익성이 있는 철도는 계속해서 민간경쟁체제로 갈 것인지, 수익성이 없는 철도의 운영은 누가 어떤 형식으로 맡을 것인지, 현재의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있는 각종 사업들 중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인지, 계속 추진한다면 완공한 후 운영은 누가 맡을 것인지에 대해서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국민들이 이러한 내막을 잘 모른다고 하여 막무가내식의 행정을 할 권리는 누구도 부여한 적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
#철도#코레일#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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