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22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한 누리꾼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위장전입, 관용차로 딸 출근시키기, 해외 출장에 부인 동반,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 등 탈법과 공사(公私) 구분이 불명확한 처신이 다른 고위공직자 청문회에서 등장한 문제들을 모두 합친 것 같다는 걸 냉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를 비난하는 글은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3억2000만 원의 특정업무경비를 쓰고도 “영수증 처리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답변한 데 대해 한 누리꾼은 “나는 4500원짜리 영수증 잃어버렸다고 경위서 썼다”고 흥분했다. “해외 출장에 부인을 비서로 데려갔다”는 말엔 “왜 아들은 운전사로 안 데려갔냐”고 했다.
누리꾼들은 “역대 청문회 대상자 가운데 가장 많은 의혹이 불거졌다”며 “대통령감”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한 법조인은 “청렴하게 일하는 다수의 법관을 망신시켰다”고 한탄했다. 보수적 성향의 원로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사익을 추구한 ‘가짜 보수’다” “이 후보자는 보수의 수치”라는 분노 섞인 말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약자 배려’라는 시대적 가치나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고 나면 하나씩 터지는 이 후보자의 비리 의혹에 국민은 공분하고 있다. 의혹이 너무 많아 청문회 질의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본보의 22일 여론조사에서도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답변이 57.4%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24.0%)의 두 배를 넘었다. 이 정도 여론이면 마지노선을 넘은 것이다.
헌재 소장은 국무위원을 비롯한 다른 고위공직자와는 다른 차원의 위상과 권위를 갖는다. 대한민국 헌법의 최종해석 기관으로서 다양한 논란을 매듭짓고 국민을 통합시키는 막중한 업무를 다루는 곳이 바로 헌재다. 그런 헌법기관의 수장이 국민의 조롱을 받는 것은 비극이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는 순간 헌재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국민 다수도 헌재 결정에 수긍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고위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희화화된 이 후보자가 헌재 소장이 되면 모든 결정이 놀림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명한 결단’을 요구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왜 이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다. 박근혜 당선인과 협의해 이 후보자를 지명한 청와대도 풀리지 않는 현 사태가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남은 건 국민통합을 외친 박 당선인과 여당의 결단뿐이다. 더 시간 끌지 말고 매듭지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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