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탄생을 기다렸다는 듯 북한이 또 폭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발사한 사실상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해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는 만장일치로 제재를 강화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2시간 뒤 북한 외무성은 핵실험을 예고하는 강경한 성명을 내놨다. 이것은 ‘계획적 폭주’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는 새로운 제재의 틀을 도입하지 않고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등 6개 단체와 개인 4명에 대해 자산을 동결하고 도항(渡航)을 금지했다. 또 각국이 북한 금융기관의 활동을 감시하도록 요청했다. ‘유연 절반, 강경 절반’의 절충이다. 거기에 더해 북한의 추가 도발과 핵실험에 대해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이례적인 경고도 포함돼 있다.
북한 외무성이 성명에서 ‘핵 억지력을 포함한 자위적인 군사력을 질적, 양적으로 확대 강화하는 임의의 물리적 대응 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으니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전에라도 제3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만약 우라늄 농축형 핵무기 실험이 실시되면 충격적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고 전제하고 ‘이후 조선반도와 지역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부분이다. 그 부분이야말로 북한의 의도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유엔 안보리가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봄에는 상당히 긴박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안보리 이사회가 그 내용을 토의하고 3월에 한미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이 실시될 즈음 1993년 3월 핵 위기 당시와 같이 북한은 ‘준 전시태세’를 선포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새로운 핵 위기’를 예감하는 것은 기시감 때문이다. 20년 전 이 무렵, 한미 양국에는 빌 클리턴과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 시기에 맞춰 북한은 3월 12일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북-미 교섭을 강경히 주장했다. 그것을 주도한 인물이 강경 주장이 나오기 1년 몇 개월 전 인민군최고사령관에 취임한 김정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평화협정체결을 위한 교섭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복선처럼 비핵화 교섭의 종언을 선언하고 외무성 성명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대화는 한다’고 했다. 7월의 6·25전쟁 휴전 6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을 포기할 리 없다. ‘새로운 핵 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도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과를 올렸고 우라늄 농축형 핵무기의 개발이 상당히 진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린턴 정권과 제네바에서 합의한 것처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동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최근 ‘한중 접근’, 즉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교환이다. 박 당선인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중시하고 그 바탕 위에 북한 외교를 구상하고 있다. 시 총서기도 한중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는 방침을 전하고, 관계 국가 간 대화를 통한 ‘균형 잡힌 문제해결’과 ‘한반도의 비핵화와 장기적인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과 새로운 위기 연출에는 긴밀해지는 한중관계에 대한 항의와 견제의 측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한국은 또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 당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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