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총장을 헌재 재판관 중에서 찾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검찰 출신인 안창호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검증에 필요한 신상 조회에 동의했다고 한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새 검찰총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3명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법무부 장관이 이 중 1명을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안 재판관이 3명 이상의 후보자군(群)에 들어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신상 조회에 동의한 것 자체가 안 재판관 스스로 검찰총장이 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관한 분쟁이나 탄핵, 정당의 해산, 국가기관 간 권한쟁의 등을 심판하는 독립된 기관이다. 헌재 재판관은 6년 임기와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받는 대신에 엄격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된다. 재판관은 국회 정부 또는 법원의 공무원이나 법인 단체의 임직원을 겸할 수도 없다. 헌재 재판관의 직을 유지한 채 행정부 소속인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검찰총장에 지원하는 것은 엄밀하게 말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이다. 신상 조회에 동의하기 전에 헌재 재판관을 그만두겠다는 사표를 먼저 냈어야 한다.

안 재판관은 현 정부 측의 설득으로 검찰총장 후보자 천거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헌재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 만한 사람이 이를 뿌리치지 않은 것은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 헌재 재판관이 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사람을 중도 사퇴시키면서까지 검찰총장에 앉히려고 천거를 강행한 측의 잘못도 크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교감을 통해 이미 안 재판관을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헌재 소장을 했던 사람이 임명직 공무원을 한다는 것은 헌재의 권위에 흠을 입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소장을 지낸 지 한참 되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두고서도 이런 말이 나올진대 하물며 현직 헌재 재판관은 더 신중했어야 한다.
#검찰총장#안창호#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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