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부인- 다 허무하고 소용없는 일이다. 욕망이 이루어져도 만족이 없는 한은, 살인을 하고 얻은 명예도 이렇게 불안한 기쁨밖에 누리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살해당하는 신세가 더 편하겠구나. 맥베스- 아, 내 마음속에는 전갈들이 우글거리는 것 같소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제3막 2장 중에서)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인 ‘맥베스’는 권력욕이라는 허상을 좇다가 파멸하는 인간 유형을 보여준다. 스코틀랜드의 용맹한 장군 맥베스는 왕이 될 거라는 마녀의 예언에 현혹돼 공범자인 아내와 덩컨 왕을 시해하고 왕좌에 앉는다. 최강 권력자가 되었지만 부부는 행복하기는커녕 두려움과 공포심에 떨게 된다. 마음속 재판관이 죄책감이라는 무시무시한 형벌을 내렸기 때문이다. 맥베스의 비극은 인생 최대의 적은 탐욕이며 탐욕은 죄의식을 부른다는 교훈을 안겨 준다. 권력욕의 희생물인 맥베스의 후예를 설치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조각에서도 만날 수 있다.
양복 입은 남자아이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있다. 낯익은 얼굴, 콧수염, 앗, 히틀러다. 절대 권력자인 히틀러가 큰 잘못을 저지른 꼬마로 변신해 ‘나쁜 짓 안 할게요’라고 싹싹 빌고 있다. 권력욕의 화신, 희대의 학살자, 독재자 1순위인 히틀러를 참회하는 악동으로 뒤바꾼 예술가적 역발상이 기발하고 유쾌하다. 아이들은 나쁜 짓을 계속하면 무서운 벌을 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직 어른들만 모른다. 카텔란은 미술계의 스캔들 제조기다.
제도와 권위에 도전하는 도발적인 작품들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전략을 구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5번이나 초대받은 스타 작가가 됐다. 착한 사람도 완장을 차면 나쁜 권력을 행사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수많은 맥베스에게 권력중독자의 종말은 죄의식이라는 진리를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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