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로호 성공 열기, 이젠 한국형 발사체 개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1일 03시 00분


세 번 만의 성공이다.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마지막 도전에서 성공한 것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위상을 높이고 국민의 자부심을 높인 쾌거다. 1단 로켓 점화부터 과학위성 분리까지 ‘마(魔)의 540초’로 불리는 일련의 발사 과정(시퀀스)은 완벽했다. 실패에 대한 중압감 속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려온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성공을 기대하며 믿고 기다려온 국민에게도 나로호의 비상(飛翔)은 큰 선물이다.

이번 성공으로 우리는 발사체 시스템 설계 및 조립, 발사운영 기술, 지상발사시스템 기술 등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확보하는 소득을 올렸다. 두 차례에 걸친 나로호의 실패는 우리에게 쓰지만 좋은 보약이 됐다. 로켓 개발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우주 선진국들도 숱한 실패를 겪었고, 이를 분석하고 바로잡는 과정에서 기술을 축적해 왔다.

냉정히 말해 나로호는 ‘절반의 성공’이란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로호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수입한 것이고 궤도에 올라간 과학위성도 100kg밖에 되지 않는다. 궤도도 활용도가 거의 없는 타원궤도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저궤도발사체는 최소 500kg의 위성을 싣고 발사해야 하며, 위성은 원형궤도를 돌아야 한다. 그래야 상업용이든 군사용이든 경제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2021년을 목표로 진행 중인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은 1.5t급 실용위성을 고도 700km까지 올리는 게 목표다. 우리 기술로 독자 개발한 KSLV-Ⅱ를 성공시키는 날이 진정한 우주독립국이 되는 날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실패까지도 포용하는 범국민적인 인내가 필요하다.

나로호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주개발 논란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 확대로 재정수요가 급증하는 시대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로켓을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켓 개발을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일은 아니다. 로켓기술 확보는 국격(國格)과 국민의 자긍심을 높일뿐더러 우주기술과 고부가가치 산업 등 연관 산업의 발전을 유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은 로켓 개발을 통해 체제 경쟁을 벌였다. 1957년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자 미국은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에 빠졌다. 미국은 이듬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했으며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70년이 되기 전에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낸다”는 계획을 발표해 침체된 미국사회에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었다. 미국은 약속대로 1969년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시켰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의 우주산업과 관련 시장은 현재 2조1679억 원에서 2020년경 약 5조4685억 원 규모로 커진다. 북한의 ‘은하 3호’가 증명하듯 로켓기술은 곧 군사기술이므로 국방 능력과도 직결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TV토론에서 “달에 태극기를 휘날릴 것”이라며 우주개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우주개발에는 많은 돈이 드는 만큼 ‘우주 강국의 도약’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나로호#우주발사체#우주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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