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에너지안보 정책방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 안보의 핵심인 해외자원개발 정책을 새 정부의 정책과제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부터 자원외교를 내걸었던 이명박(MB) 정부와는 사뭇 대조된다. 실제로 MB정부는 4.2%에 불과하던 석유의 자주개발률을 13.7%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낳았다. 그러나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정책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권 실세들의 과시적 자원외교, 조급한 해외광구 매입에 따른 부작용, 국내 도입실적 없는 자주개발률 목표 등 해외자원개발을 둘러싼 잡음이 집권 기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해외자원개발은 조용히 추진할 정책과제다. 자원국 입장에서 지하 자원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귀중한 유산이다. 우리가 선산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듯이 자원의 해외 매각에 거부감을 갖는 자원민족주의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해당 국가를 깊이 이해하고 그들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장기적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은 조금은 요란하고 조급했다.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마다 해외자원개발 의지를 천명했고, 정권 실세들은 이에 발맞춰 자원외교 깃발을 더욱 높이 들고 해외를 누볐다. 이렇게 요란하고 조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해외자원개발권 가격만 인상시키는 역작용을 낳기도 했다. 또 해외자원개발 성과를 단순히 자주개발률로 평가하다 보니 국내 도입 여부에 상관없이 생산광구 위주로 인수합병(M&A)이 이루어지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물론 규모의 경제, 수송비 등 경제성을 감안하면 자주개발을 반드시 국내 도입으로 연결할 필요는 없겠지만 19조 원 이상을 투입하고도 국내에 직접 도입된 석유가 미미하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자급률은 4%밖에 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에너지자급률은 60% 수준. 미국은 81%, 중국은 93%, 일본은 38%인 점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에너지안보가 얼마나 취약한지 쉽게 알 수 있다. 해외에너지개발은 경제적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가 돼야 한다. 5년마다 교체되는 정권 차원이 아닌 국가의 존립과 지속성장을 위해 최고의 우선순위를 갖는 국책과제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해외에너지개발 정책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새 정부의 에너지안보관에 대해 의구심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에너지안보를 특정 과제로 지정하지 않은 것이 역설적으로 에너지안보를 명시적 언급에 상관없이 항상 최상위 국가목표가 되어야 하는 군사적 안보 차원으로 승화시켜 상시적으로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결과이길 바란다.
내실화가 단순히 자원개발 기업의 대형화 중단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자원개발 사업의 특성상 대형화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이기 때문이다. 조급한 대형화로 인한 예산 낭비도 막아야 하지만 무조건적 내실화로 장기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포기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자원개발 기업도 단기적 성과를 위한 생산광구 중심의 M&A 전략에서 벗어나 탐사성공률 제고를 통해 자원개발 기업의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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