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가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변하지 않는 게 없다. 지나가지 않는 게 없다. 시간의 물살에 먼지처럼 가뭇없이 휩쓸려가는 삶의 그 덧없음을, ‘갈수록, 일월(日月)이여/내 마음 더 여리어져’, 못 견디겠다고 시인은 탄식한다. 절절히 음악인 탄식! 마치 시간이 흐르는 자취같이, 물결 흐르듯 파도치듯 바람 불듯, 리듬 실린 시어들. 흐느끼고 싶게 공허하고 쓰라린 마음을 시의 음악성이 감미롭게 어루만진다. 어려운 말 하나 없이 깊고 아름다운 시!
무상감(無常感)이란 인간만이 가진 생의 감각이다. 인간만이 시간과 함께 무작정 흐르지 않고, 종종 기억이라는 둑 위에 올라 멀리 떠내려가는 얼굴, 얼굴, 얼굴들을 바라본다. 아, 헤어지기 힘들어 만나기 두려워라! 무상해서 소중한 인연들이여. 무상감의 반대는 싫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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