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노조원들이 지난달 30일 최강서 씨의 시신이 든 관을 들고 부산 영도조선소에 진입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낸 158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철회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노조 사무실에서 목숨을 끊었다. 최 씨는 2011년 2월 이 회사에서 정리해고 됐다가 지난해 11월 복직했으나 일감이 없어 바로 유급 휴직에 들어갔다.
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노조원들이 관을 들고 농성을 하는 바람에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지회는 2003년에도 손해배상 소송 철회 등을 요구하다 목숨을 끊은 김주익 당시 지회장의 관에 드라이아이스를 채우고 한 달 동안 크레인 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최근 일어난 가장 대표적인 시신 볼모 농성은 사건 발생 1년 만에야 장례를 치른 용산 사건 사망자 5명의 사례다. 지난달 29일 특별사면에서 용산 사건에 가담해 기소됐던 6명 중 철거민 5명이 잔여 형기 집행을 면제받았다.
이런 식으로 주검을 분규에 이용하는 것은 인륜(人倫)에 어긋난다. 한진중공업지회 측은 “천막 농성장으로 시신을 옮기려고 했는데 경찰이 막았고, 그 과정에 조선소 서문이 갑자기 열려 우발적으로 시신을 들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하지만 그대로 믿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예를 갖춰 시신을 안치하고 장례를 치르는 것이 도리다.
현재 한진중공업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다. 관리직을 제외한 전체 직원 753명 중 74%인 560명이 한진중공업 노조에 소속돼 있다. 한진중공업지회가 주도한 노사 분규에 지친 근로자들이 작년에 새로 만든 노조다. 나머지 193명은 한진중공업지회 소속이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어제 성명에서 “외부 세력들이 무단 난입해 시신을 볼모로 극단투쟁을 전개함으로써 전 직원이 출근을 못해 우리의 일터가 다시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한진중공업지회의 상위 단체인 금속노조는 오늘 영도조선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일부 세력들이 한진중공업을 둘러싼 갈등과 대결에 다시 불을 붙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극심한 노사 분규로 지난 4년 동안 해군 선박 3척 이외에 상선 수주를 한 척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전체 인력의 20%만 일을 하고 있다. 최근 분규가 진정되면서 에너지 운반 벌크선 10척에 대해 수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노조위원장까지 나서 유럽 선주를 만나며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주가 잘되면 휴직자 300명을 다시 일터에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외부 세력과 과격 노조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회사의 근로자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은 투쟁이 아니라 일감이다. 소수파 강경 지회 때문에 피해를 당해야 하는 다수의 근로자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