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평양발(發) 안보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에 계측장비가 설치되는 등 핵실험이 임박한 징후들도 포착됐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087호에 대한 반발로 핵실험 협박을 하고 있으나 전형적인 책임 전가다. 안보리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로 결의를 채택했다. 북한이 기존의 유엔 결의 1718호와 1874호를 무시하고 로켓을 발사했기 때문에 중국도 어쩔 수 없이 추가 제재에 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남한의 권력 교체와 미국의 오바마 2기(期) 정부 출범을 도발의 호기로 판단하는지 모르지만 한미의 대비 태세에는 빈틈이 없다. 미국은 1994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6900t급 핵잠수함을 한국에 보내 한미 연합 대잠(對潛)훈련을 실시한다.
북한의 경거망동을 막으려면 한미의 굳건한 공조와 함께 중국의 개입이 꼭 필요하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의 핵실험에 말로만 경고하고 실질적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에도 그렇게 하리라고 기대하겠지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달 23일 박근혜 당선인의 특사단을 만나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시 총서기가 북핵 반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지난해 중국은 북한에 4억8000만 달러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이는 전체 대북(對北) 수출의 16.8%나 된다. 중국이 에너지 공급을 끊으면 북한은 곧바로 국가적 위기에 빠진다. 중국의 경고와 제재 실행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핵실험 저지 수단이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동북아시아에 ‘핵개발 도미노’가 올 수도 있다. 일본 우익은 북한의 핵실험을 핵무장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자구(自救) 차원의 핵 무장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 시 총서기는 다음 달 국가주석으로 취임해 명실상부한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막지 못하면 그의 리더십은 출발부터 큰 오점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