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은 이런 일은 익숙하다는 듯 굴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간다. 마음이 약해 보인다 싶으면 다음에 또 전화가 온다. 모르는 번호가 전화기에 뜨면 둘 중 하나다. 업무전화거나 스팸이거나.
문자 종류도 다양하다. 예전에는 대출 문자가 많이 오더니 한때는 게임 사이트에 접속하라는 문자가 줄기차게 왔다. 주거래 은행인 곳과 똑같은 발신번호로 ‘고객님의 비밀번호가 유출되었으니 이리로 접속하라’라는 문자도 온다. 알아봤더니 역시나 돈을 빼 가려는 피싱 문자였다.
이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스팸전화·문자 대응법 좀 가르쳐 주세요’라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가 뜨면 안 받는다’라는 사람도 있지만, 직장인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받아야 될 때가 있다.
대응법은 크게 ‘무시’형, ‘사칭’형, ‘제(가족)가 그 일을…’형, ‘이래도 권할래’형으로 나뉜다. ‘무시’형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관심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거나 그냥 조용히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다. 상대방이 집요할 경우 “네 관심있습니다. 설명해 주시죠”라고 말한 뒤 책상 어딘가에 전화기를 던져 두기도 한다. 한참을 떠들던 상담원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고객님? 고객님?” 하다가 끊는다. 상대방 전화요금은 그동안 계속 올라가므로 그 나름으론 소심한 복수인 셈이다.
‘사칭’형은 사기성 전화나 문자에 대해 “서울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스팸문자전담부서 ○○○경사입니다. 여기로 어떻게 전화하신거죠?”, “예, 상황실입니다”라고 대꾸하는 식이다. 한때 중국에서 발신한 보이스피싱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오히려 상담원들이 “사칭이 범죄란 거 아시죠?”라고 맞받아치기까지 하면서 최근에는 시들해졌다.
‘제(가족)가 그 일을…’형은 똑같은 일을 자기도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이폰 휴대전화로 바꾸라는 사람에게는 “제가 갤럭시 판매 관련 일을 하고 있어서요”, 보험을 팔려는 사람에게는 “저희 엄마도 보험설계사예요”, 부동산 소개 전화에는 “저희 아버지가 중개사세요”라고 대답한다.
이런 방식으로도 스팸전화와 문자가 끊이지 않다 보니, 이제 ‘이래도 권할래’형도 나왔다. 대출받으라는 상담원에 “5억 원만 빌려 달라”라고 계속 조르거나, 질병 보험을 권하는 상담원에게 “얼마 전에 심각한 수술을 받았다”라고 한다.
현실적인 방법도 물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스팸신고센터를 활용하거나 통신사에 신고하는 방법이다. 아주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지만.
이런 공해가 너무 심각하다 보니 이제는 스팸전화와 문자를 차단해 주는 스마트폰 앱까지 나왔다. 모르는 번호나 의심스러운 번호는 아예 전화기가 울리지도 않게 해 놓을 수 있다. 그래서 낭만도 없어졌다. 헤어진 연인에게 술김에 몰래 다른 번호로 전화해서 목소리만 듣는 (또는 미련이 남았음을 암시하는) 모호한 전화는 이제 스마트폰 앱 때문에 차단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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