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스페셜올림픽과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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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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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들의 축제인 2013년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가 5일 막을 내렸다. 8일 동안 이어진 이번 대회에는 106개국 3000여 명의 선수단과 맞먹는 28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대회 기간 내내 함께 땀을 흘렸다. 스페셜올림픽은 금메달 경쟁을 하는 소수 엘리트들에게 환호했던 기존 올림픽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난달 30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열린 스페셜올림픽 문화행사 첫날 프로그램인 ‘발레&음악’에 출연한 백지윤 씨(21·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는 다운증후군 발레리나다. 엄마 이명희 씨(48)는 갓 태어난 지윤 씨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절망감을 이루 표현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호두까기 인형’을 본 지윤 씨는 이후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발레리나를 꿈꿨다. 몇 군데서 거절당한 끝에야 겨우 발레학원에 다닐 수 있었던 그는 연습 도중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울면서도 발레리나의 꿈을 접지 않았다. 국립발레단이 주축이 된 이 이벤트에서 그는 ‘지젤’ 중 페전트 파드되(소작농 2인무)의 여자 솔로 부분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상도 메달도 없었지만 그는 “해냈다”는 기쁨으로 충만했다. “발레를 할 때는 내가 ‘왕따’당했다는 것을 잊을 수 있어 발레가 좋았다”는 말은 우리 사회가 곱씹어 봐야 한다.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부른 박모세 씨(21)는 태어날 때 뒤쪽 머리뼈가 없어 그 틈으로 뇌가 흘러나왔던 장애인이었다. 유산시키라는 의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어머니 조영애 씨(49)는 아기를 낳았다. 태어나자마자 대수술을 받은 아기는 머리를 실밥으로 봉한 채 인큐베이터로 들어갔다. 수차례의 뇌수술 끝에 겨우 생명을 건진 아기는 다섯 살 때 말문이 트이고 일곱 살 때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의 기적이었다. 모세 씨는 강원 용평 돔을 가득 메운 4000여 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애국가를 우렁차게 불렀다. 낳아도 살 수 없고, 수술해도 죽고 안 해도 죽는다는 의사의 말을 물리친 모세 씨는 수많은 장애인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줬다.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등 7개 종목의 금메달 55개를 놓고 ‘꼴찌도 아름다운 경쟁’을 벌였다. 이들은 사회의 보이지 않는 편견과 차별의 벽을 넘어 우리 앞에 우뚝 선 ‘거인(巨人)’들이었다. 지적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아니라 ‘우리 함께(we together)’라는 공동체 의식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바로 ‘우리는 하나’라는 동류의식을 보여줬다. 스페셜올림픽이 장애인도 우리의 이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기를 기대해 본다. 일회성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스페셜올림픽#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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