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개교한 마이스터고(高)의 2월 졸업예정자 가운데 92%(2012년 12월 기준)가 취업이 확정됐다. 취업난 시대에 3111명이 졸업도 하기 전에 일자리를 찾은 것이다. 취업자 비율도 높지만 질(質)이 더 눈길을 끈다. 대학 졸업자도 들어가기 힘든 대기업(27%)과 공기업(16%)은 물론이고 12%는 탄탄한 중견기업, 45%는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수도전기공고와 울산마이스터고는 ‘100% 취업’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래도 대학’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과감히 기술명장의 길을 선택해 기계, 컴퓨터 등과 씨름해온 학생들이 대견하다. 전국 21개 마이스터고(졸업예정자 3375명)는 어제부터 졸업식을 시작했다.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과거와는 다르다. 학벌보다는 스티브 잡스처럼 창의성을 갖춘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다.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고 세상 변화가 빠른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은 단순 노동인력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겸비한 전문인력을 원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환경에서 설립한 마이스터고는 “또 하나의 실패한 직업학교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3년 만에 높은 취업률로 그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학력이 아니라 실력과 능력으로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 선으로 세계에서 고학력자가 가장 많은 나라에 속한다. 매년 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학력자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자로 떨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마이스터고는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고교 시절부터 소질과 적성을 찾아 기술교육을 받으면 높은 취업의 벽도 거뜬히 넘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마이스터고의 성공에는 수업료와 입학금, 학교운영비 지원과 함께 산학연(産學硏)의 맞춤형 교육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학생들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쾌적한 기숙사도 제공했다. 우수한 학생과 저소득층에는 별도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런 곳에서 길러진 기능인재를 기업들이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괄적인 반값 등록금보다는 마이스터고 같은 곳에 지원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마이스터고의 앞날을 더욱 밝게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취업한 졸업생들이 학력 차별 없이 진급하고 원하는 시기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연마할 수 있도록 대학 진학의 문호를 열어줘야 한다. 한 번 기회를 잃으면 재기가 어려운 ‘사다리형’ 사회가 아니라, 언제라도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나선형’ 사회가 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작품인 마이스터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박근혜 정부로도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과잉학력의 거품도 서서히 걷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