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과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정치인의 이름과 사진은 싣지 않되 정치인의 작품은 수록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그제 공청회에서 제시했다. 이 원칙이 적용되면 현재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안철수 전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등 정치인의 이름과 사진, 관련 내용은 삭제된다. 국어와 문학 교과서에 실린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의 시 ‘담쟁이’는 수록될 수 있지만 정치인이 된 이후에 발표했거나 이념적 편향성이 드러난 작품이면 뺄 수 있는 예외규정을 두기로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교과서에도 엄정하게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교과서 공통검정기준에는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만 있고 명확한 규정이나 해석은 없어 지난 대선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2011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강용석 의원은 “안철수 교수가 생존인물로는 최초로 교과서 11권에 실려 있고 그중 일부는 거짓 내용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의 분석에 따르면 안 전 후보는 초중고교 교과서 16종에 ‘살아있는 위인’처럼 소개돼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할 만큼 능력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이타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임을 알 수 있다”(금성출판사 중학교 국어2-1) 등 긍정적인 서술만 있고 사실이 아닌 내용도 실려 있다. 금성출판사 고교 국어에 실린 만화에는 안 전 후보의 군 입대와 관련해 “내무반에 들어가고 나서야 가족들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고 돼 있으나 부인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을 군대 가는) 기차 태워 보내고 혼자 돌아오는데 무지 섭섭했다”고 교과서와는 다르게 얘기했다.
교과서에 생존인물이나 사건을 등장시켜 학생들의 흥미를 끌고 학습효과를 높이려는 의도가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특정인물을 지나치게 미화했다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나중에 잘못될 경우가 없으란 법이 없다. 2003년 초등학교 사회과탐구 교과서에서 ‘노벨상에 도전한다’는 제목으로 황우석과 안철수 박사를 소개한 것이 그런 사례다. 집필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개인적 편견이 들어가서도 안 될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고 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서술이 달라지거나 늘어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평가원은 국가체제의 유지 관련 검정지침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과 옹호의 논리를 공정하게 담았는지의 여부’를 제시했으나 헌법정신과 일치하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왜곡 비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 미래 세대를 가르칠 교과서로는 부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