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특위 만들어 개헌 본격 논의해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8일 03시 00분


여권의 고위 관계자가 어제 본보를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 개헌을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이후 개헌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여야 정치권에서 나왔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트위터에 “새 정부의 임기가 시작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개헌 논의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설날 이후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가동할 것”이라고 적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정치 혁신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라며 “새 정치 실현을 위해 국회 개헌특위를 설치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자”고 제안했다.

개헌의 필요성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됐고 정치권에서는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개헌 제기가 정략으로 비치거나 적절한 시점을 잡지 못해 본격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권력 구조만 바꾸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원 포인트 개헌’ 제의는 2007년 대선 판을 흔들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친이명박)계의 개헌 제의는 박근혜 쪽을 흔들려는 의도로 읽혀 동력을 얻는 데 실패했다. 개헌은 내용 못지않게 시기와 의도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어야 가능하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할 뿐 아니라 성사 가능성도 높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집권 후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를 포함한 여러 과제를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왕에 개헌 얘기가 나온 이상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떠들 게 아니라 여야 합의로 국회에 개헌 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를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치권이 개헌 이슈에 지나치게 몰입함으로써 새 정부의 국정 운영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

1987년 민주화의 산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독재 권력의 장기 집권을 막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대표적인 예다. 헌법 개정 이후 26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두 번의 여야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으나 권력 집중 현상과 현직 대통령의 국정수행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폐해도 나타났다. 4년 중임제나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정부제, 내각책임제 등으로 권력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대선과 총선거, 지방선거의 주기가 달라 잦은 선거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낭비 요소도 크다.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개헌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헌법은 국가의 기틀이다. 자주 바꿔서도 안 되지만 너무 낡아서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지 못해도 곤란하다. 앞으로 개헌을 논의한다면 권력구조 문제뿐 아니라 21세기의 흐름에 맞게 국가 백년대계를 새로 짜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남북통일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여야가 진정 우리 실정에 맞는 헌법이 무엇인지 충분히 검토해 국민에게 구체적 안을 내놓기 바란다.
#국회 특위#개헌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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