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어제 국회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3자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에 핵실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현직 대통령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국정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던 박 당선인이 직접 나서 “어떠한 경우에도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사태가 위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처음부터 끝까지 더도 덜도 없이 생각이 똑같다”며 초당적(超黨的)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북한이 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약속한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는 것만이 고립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박 당선인이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출발점도 핵실험 중단에 있다.
어제 회동을 계기로 박 당선인과 여야 대표는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에 조건 없이 협력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직후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정치혁신 등 민주당과 새누리당 공약의 공통사항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가적 위기가 닥칠 때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 국력을 결집해 나가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정치 선진국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관행이다. 미국의 경우 9·11테러 직후는 물론이고 2008년 금융위기, 최근의 ‘재정 절벽’ 등 위기상황 때마다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여야 의회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국회법 개정에 따라 올해 5월부터는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거나 상임위원회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하면 법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의 국회 의석구조를 볼 때 여야가 협조하지 않으면 논란이 있는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분열된 민심을 치유해야 할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국가 지도자 연석회의를 구성해 대한민국의 새 틀을 짜자고 야당 측에 제의한 적이 있다. 이번 회동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 과거 영수(領袖)회담식의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여야가 서로를 국정협력의 동반자로 대우하면서 수시로 만나는 것이 상생(相生)의 정치를 구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