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함께 웃고 함께 다짐한 3인… 이게 정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9일 03시 00분


조수진 정치부 기자
조수진 정치부 기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돌출한 북핵 위기로 남북관계는 얼어붙고 있지만, 정치권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선 ‘데탕트(긴장 완화)’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7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대표는 3자회동 뒤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으며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우리를 포함한 6자회담 당사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공동발표문을 내놨다.

회동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때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48%의 국민을 잊지 말라. 100%의 대통령이 돼 달라”고 주문했고, 박 당선인은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8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전날 회동을 소개하면서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도발이란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아 차기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초당적으로 협력해 대응하는 모습에서 국민 대다수는 든든함을 느낄 것이다.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합의한 것도 의미가 크다.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 출범 때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만 10년간 이어진 여야의 대결 구조가 대화를 통한 타협 구조로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이번 회동이 박 당선인이 제안해 온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회동은 박 당선인 측이 급하게 제안한 것인데도 민주당은 즉각적으로,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고 흔쾌히 수용했다. 정부와 여당을 비판할 때는 비판하되 민생과 국가안보에 대해서는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대선 패배 이후 연일 외치고 있는 ‘모조리 바꿔야 산다’는 구호가 공허한 것이 아니란 점도 몸으로 보여줬다.

이런 민주당을 유일하게 비판한 집단은 통합진보당뿐이다. 통진당은 이번 북핵 3자회동에 대해 “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들러리를 선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차제에 북한과 우리 정부 사이에서 비판의 경중과 선후를 가리지 못하고 안보를 비웃는 듯한 불안한 정치세력과 확실하게 갈라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두께를 더해 온 여야 사이의 빙벽을 녹이려면 몇 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먼저 초당적 협력체제는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을 실질적인 국정파트너로 인정할 때 구축될 수 있다. 국무총리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신상 털기’ 식으로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는 박 당선인의 시각에 대해 민주당은 우려를 하고 있다. 지극히 불투명해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거취 문제도 새누리당이 힘과 수의 우위를 믿는 듯한 ‘표결’만 주장해선 풀릴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역시 ‘민생 최우선’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행동으로 하나하나 보여줄 때 수권정당,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만 10년간 동면(冬眠)해온 정치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려 하고 있다. 북한의 핵 도발과 경제위기 속에서 정치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을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조수진 정치부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