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외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를 내세워 “미국과 적대세력은 공화국(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한다고 지레짐작하면서 그것이 현실화되는 경우 선제타격까지 해야 한다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2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실험 의사를 밝힌 이후 단계적으로 위기를 고조시킨 북한의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보도다. 문자 그대로라면 김정은이 실행하려는 ‘국가적 중대조치’가 핵실험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는다면 평양발(發) 위기 국면도 숨을 돌리겠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한과 국제사회는 한 치의 양보 없이 강경대립으로 치달았다. 북한은 ‘미국을 겨냥한 핵실험’을 공언한 데 이어 김정은이 최종 결정을 내린 사실까지 발표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결연하게 맞섰다. 시진핑 중국 총서기는 이례적으로 한국 특사단에 ‘북핵 불용 의지’를 전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모스크바를 방문한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여야 긴급회동을 갖고 핵실험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북한이 통일신보를 통해 기존 강경 노선과 다른 메시지를 내보낸 것은 핵실험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기만전술과 선전선동에 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지난번 장거리 로켓 발사 직전에도 발사 기간 연장 발표와 로켓을 해체하는 듯한 행동으로 한미 정보당국을 농락했다. 노동신문보다 훨씬 격이 낮은 통일신보를 동원해 사실과 다른 신호를 내보냄으로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합전선을 흔들려는 연막전술일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 위협을 한 지 20일이 지났다고 경계를 풀어서도 안 된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예고 후 6일 만에 실행했지만,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은 계획을 공표한 지 26일 만에 실시했다. 북한이 성동격서(聲東擊西)식으로 핵실험이 아닌 다른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태세를 확인해보고 싶은 유혹을 느낄지도 모른다.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하든 단호하게 대응해야만 정권교체라는 취약 시기를 잘 넘기고 안정적인 대북정책을 펼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 2087호 채택은 북한이 금지된 장거리 로켓 실험을 한 데 대한 당연한 대응이다. 북한이 여기에 반발해 핵실험을 하면 중국도 북한을 감싸기 어려워진다. 국제사회는 핵실험을 포기하면 지원하겠다며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열어놓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여부는 김정은의 운명과도 직결된다. 북한이 더 고립되면 김정은의 권력 존립도 불안해질 것이다. 갈림길에 선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