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대통령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 등이 내정됐다. 향후 대통령비서실장, 그 외 정부 요직에 누가 임명될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문에서 내정자들의 비위 사실들이 또 얼마나 쏟아져 나올지, 청문회에 가기 전에 또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내정자들이 과연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하지만 공직자 검증 기준을 크게 낮추라는 일부의 주장은 옳지 않다. 한 시대를 시작하는 마당에 자격이 있는 인재들이 등장해야 한다. 그래야 영(令)이 서고 영이 서야 어려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낙마하는 일이 나오더라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흠결이 적고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인재들이 등장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 수장이 임명되고 나면 공무원 인사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다음에는 산하 기관, 관련 기관, 관련 기업 등 나라 전체에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이다. 바야흐로 인사의 계절인 것이다.
공직 진출 또는 승진·영전을 기대하는 이가 많다 보니 ‘관운(官運)’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때다. 인사 결과가 나오면 “저 사람은 관운이 있다”거나 “관운이 없다”라는 말이 회자(膾炙)된다. 그렇다면 ‘관(官)’이란 뭘까. 주역과 사주명리학에서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관’은 권력을 가지고 지배하거나 통제하는 힘 또는 제도를 말한다. 통상 ‘벼슬’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관’의 작용이 일률적인 것은 아니다. 관운이 있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사주(四柱)를 감정할 때에는 자신의 에너지의 강약을 중요시한다. 자신의 에너지가 강한 때에 관이 들어오면 승진 임관 등의 좋은 일이 생기지만 에너지가 약하면 도리어 건강을 해치거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송사에 불려 다니며 고생하는 나쁜 결과로 나타난다. 관이 운에 나쁘게 작용할 때에는 ‘관재(官災)’ ‘관살(官煞)’이라는 표현을 쓴다. 특히 나이가 들어 감당할 정도 이상의 큰 관운이 들어오면 안 좋다. 나를 죽게 하거나 크게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여성에게 관은 벼슬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남편 애인 등 남자를 뜻한다. 남권(男權) 위주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복속되고 지배당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여성의 사주에 관이 여러 개 복잡하게 있을 때 “관살이 혼잡하다”는 표현을 쓰는데 남자관계가 복잡하거나 여러 남자와 어울린다는 뜻이다. 일부일처제를 강조하던 지난 시절 관살이 혼잡한 여성의 사주를 “일부종사(一夫從事) 못한다”고 하여 나쁜 사주로 여겼다.
사주명리학에서 말하는 ‘관’에는 수양(修養)을 강조하는 심오한 뜻이 숨겨져 있다. 즉 자기 자신을 정신적으로 통제하고 다스리는 ‘바른 마음(正心)’을 의미한다. 자기 자신을 절제하고 통제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주를 감정해 보면 관운이 좋은 사람은 대부분 성품이 공명정대하고 도덕적이며 다른 사람에 대해서 도움을 주려고 하는 착한 마음을 갖고 있다.
주역에는 지도자가 인재를 구할 때에는 ‘어미 학이 새끼 학을 부르는 간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비유가 나온다. 좋은 인재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묵묵히 스스로를 갈고닦으며 전문성을 기를 뿐 여기저기 이름을 파는 걸 즐겨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교수가 정치 현장에 불려가는 나라도 없다. 하지만 교수를 등용하려면 ‘스타 교수’보다 ‘진짜 학자·전문가’를 찾아내 적성에 맞는 곳에 등용했으면 한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면 받는 쪽에서 벨과 함께 ‘발신번호표시제한’이라는 글자가 뜬다고 하는 말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요즘 고위 관직에 나서기를 희망하는 어떤 분들은 잠잘 때에도 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모셔놓고 잔다고 한다. 혹시 ‘발신번호표시제한’ 표시가 뜨는 벨이 울리기를 학수고대하는 것은 아니신지.
전화를 기다리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먼저 자신의 마음속에 ‘바른 마음’이 잘 자리 잡고 있는지, 스스로 자격이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역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大君有命 開國承家 小人勿用(대군유명 개국승가 소인물용).’ 즉 ‘새 지도자가 명을 내려서, 국가를 창건하고, 가업을 계승하니,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는 소인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김재원
필자는 40여 년 동안 주역 및 사주명리학과 동양고전을 연구해왔으며 그동안 30여 권의 역학 해설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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