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의 북한에 대해 나는 입버릇처럼 ‘체제변화와 정책계승’을 이야기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처럼 강력한 독재자가 사라지고 젊은 후계자가 친척과 측근의 힘을 빌려 등장했으니 정치체제에 분명 큰 변화가 생겼다.
체제변화는 곧 정책변화를 의미한다. 부인과 동행해 유원지를 시찰하는 김정은의 모습에서 정책변화를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와 최근 세 번째 핵실험이 보여주는 것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놀랍게도 체제변화에 관계없이 북한의 정책은 매우 일관적이다. 예를 들면 핵무기,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김정은은 김정일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이루지 못한 부분을 이어받아 자신의 과제로 실현하고자 한다. 바로 ‘유훈(遺訓)통치’다.
따라서 김정은의 정책은 김정일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야 이해하기 쉽다. 현재 김정은은 김정일이 달성하지 못했던 것, 즉 미사일의 장거리화와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에 집중하고 있다. 3∼5년 내에 핵탄두를 실은 중·장거리 미사일이 실용화될 것 같다.
그 관점에서 보면 현재 우리가 직면한 핵위기는 1993년 봄 이후 위기의 재현이기도 하다. 당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고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다. 핵 위기는 1년 이상 계속됐고 1994년 6월 당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대량살상무기를 동반한 전쟁으로 갈지 갈림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또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중대한 행동을 취한다’고 예고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대해 북한은 “미국의 선택에 따라 ‘2차, 3차 초강경조치’를 취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긴장 고조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항수단은 1차 핵 위기 때보다 제한돼 있다. ‘중대한 행동’을 예고했기 때문에 새롭게 채택되는 유엔 안보리 결의는 유엔헌장 7장에 기초해야 하겠지만 경제 교통 통신 외교관계 단절 등의 헌장 41조 적용은 중국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 북한이 전시태세에 들어가면 전쟁을 막기 위해 42조에 규정된 군사적 시위, 봉쇄, 기타 행동을 취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20년 전과 똑같이 ‘외과수술과 같은 (물리적) 공격’을 검토해도 이미 병균이 온 몸에 전이돼 병균을 한 번에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절한 중재자가 나타나 교섭을 재개하더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이미 초기 단계가 아니다. 제네바합의처럼 핵 활동을 동결하는 대가로 경수로를 제공하거나 미-북 관계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긴장 격화뿐 아니라 향후 군사적인 해결도, 교섭에 따른 해결도 불가능한 이상한 사태에 장기간 직면하는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쟁도 평화도 아니기 때문에 개념적으로 그 대응은 냉전시대의 ‘봉쇄’전략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봉쇄’ 전략의 입안자인 미국의 역사학자 조지 캐넌은 모든 종류의 소련 위협에 대해 그 성질을 파악해 유연하고 기동성 있게 적절한 장소와 시기에 대응하면 위협은 10∼15년 안에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시사한 ‘미사일 방위’를 포함해 일미한 3국이 장기적이고 일관되게 ‘불관여’ 전략을 전개하고 중국의 협력을 구할 수 있으면 북한이 핵 미사일을 완성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그 위협은 멀지 않아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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