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선한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언론의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됐다. 박 당선인은 김용준 총리 후보의 낙마(落馬) 이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본 검증 항목인 납세와 부동산 투기, 병역 관련 의혹 등 크고 작은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어 답답하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쏠린 의혹이 특히 두드러진다. 그에 대한 의혹은 한 달 열흘을 버티다 결국 사퇴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보다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김 후보자는 예천비행장이 들어서기 3년 전인 1986년 경북 예천의 임야를 매입하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후보자가 된 다음 날인 14일 부랴부랴 증여세를 냈지만 억지춘향이다. 27년 만에 당시 시가(時價)를 기준으로 달랑 52만 원만 내면 면책되는지 궁금하다. 현재 재건축이 진행 중인 서울 반포의 아파트는 한 번도 살지 않고 팔면서 큰 시세차익을 남겼다. 충북 청원 임야에 대한 투기 의혹도 있다.
2008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끝으로 예편한 지 2년 만에 외국계 무기중개업체의 비상임 고문으로 일하며 고정 급여를 받은 것 역시 부적절하게 보인다. 이 무기업체의 대표는 1993년 율곡사업 비리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고, 2011년에는 독일제 잠수함을 국내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독일 업체에서 100억 원의 뇌물을 받아 불법 로비 의혹으로 내사를 받았다. 차기 국방부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현대식 국방장비 구매와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지휘해야 한다. 비상임 고문이라고는 하지만 육군 대장 출신으로서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고 무기중개업체에 몸을 맡긴 처신은 문제가 있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아들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본인은 병역 회피 의혹을 받고 있다.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황 후보자는 지난해 7월에 낸 저서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 목회자들에게 소득세를 물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비과세를 주장했다. 기독교 편향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박 당선인은 김용준 총리 후보자 자진 사퇴 직후 인사 검증 방식이 ‘신상 털기’ 식이라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서둘러 조각(組閣)을 마치고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해야 할 처지에서 서운함을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검증 방식을 탓하기에 앞서 후보자로 내세우는 사람들에 대한 기본 검증을 철저히 했는지부터 자성해야 할 것이다. 25일 임기 시작에 앞서 각 부처 장관을 다 확정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공직을 맡기에 부적절한 사람을 적당히 통과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