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소명(召命)은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고 차가운 감옥에서 사죄와 눈물의 참회록을 쓰는 것이다.” 김동철 민주통합당 의원이 그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 발언이다. 김 의원은 김황식 총리를 세워놓고 “이 대통령은 헌정 사상 가장 나쁜 대통령”이라며 “시대정신 역사의식 등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그 어떤 것도 갖추지 못했던 사람으로 결코 대통령을 꿈꿔서는 안 됐을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사이가 나빴던 이웃이라도 헤어질 때는 악수를 하는 것이 예의다. 여야를 떠나 퇴임을 앞둔 대통령에게 ‘감옥에나 가라’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잃은 지나친 독설이다.
김 총리는 “(자리로) 들어가도 좋다”는 김 의원의 말에 따르지 않고 “질문을 했으니 답변을 하겠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총리는 “물러나는 총리로서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사실에 기반을 두고 말해 달라. 이 정부에서 행한 모든 정책에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다. 반성하고 (방향을) 달리할 정책도 있다”고 했다. 김 총리가 할 말을 했다고 본다. 마지막 국회 답변이 아니라 진작 이런 말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김동철 의원의 발언은 국회의 구조적인 문제인 잘못된 질의-답변 관행과 의원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김 총리의 이례적인 반박이 뉴스가 되는 것 자체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국회 대정부질문은 대체로 의원들이 총리와 장관에게 호통을 치고 질문만 쏟아낸 뒤, 답변은 제대로 듣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고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대정부질문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막말을 한 김 의원은 유별나게 과격한 정치인도 아니다. 총리와 장관들이 공연히 답변을 세게 했다가 혼이 나느니 의원들이 이치에 닿지 않는 심한 말을 해도 그냥저냥 흘려버리다 보니 이런 독설 관행이 굳어졌다. 반드시 없어져야 할 관행이다.
여야는 19대 국회 출범 직후인 작년 6월 앞다퉈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정치쇄신을 다짐했다. 국회가 새 정치를 하려면 의원들부터 품위와 양식을 갖춰야 한다. 총리와 장관들도 국민의 대표를 존중하면서 소상하게 국정을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억지 호통이나 몰아붙이기에는 당당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김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입법부와 행정부는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위해 생산적인 질의-답변 관행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