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좋아하세요? 잘하는 요리는 뭐가 있어요? 오로지 ‘나’를 대접하기 위해 요리해본 적 있으세요? 그때 내가 좋아하는 요리는 어떤 건가요? 혹은 맘에 맞는 친구들을 불러 요리 두세 접시를 직접 만들어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걸 즐기시나요? 프랑스 중산층의 조건입니다.
악기, 다루실 줄 아는 것이 있나요? 우울하고 적적할 때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악기 하나 배우고 싶지 않으세요? 얼마 전 내 친구는 하모니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줄곧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더니 이제는 ‘봄처녀’에서 ‘그 집 앞’까지 제법입니다. 그 친구 말이 하모니카를 배운 것이 인생 중반에 가장 잘한 일이라네요. 아세요? 다룰 수 있는 악기 하나 혹은 운동 하나, 그것도 프랑스 중산층의 조건입니다.
그저 보는 것 말고 직접 즐기는 운동이 어떤 건가요? 저는 배드민턴을 좋아하는데, 배드민턴 좋아하세요? 휴일이 되면 공 하나 들고 운동장에 나가 기분 좋게 놀 수 있나요? 좋아하시는 신문은 있나요? 오랫동안 잘 먹고 잘살았으면서, 세금 제대로 내지 않고, 자식들 군대 보내지 않고, 가족밖에 챙긴 것이 없는 사람이 고위공직자가 되겠다고 청문회를 할 때 공분을 느끼시나요? 공분을 느끼며 부정에 저항하는 것, 그것은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 미국 중산층의 조건이기도 하답니다.
중산층이 두꺼워야 건강한 사회라고 하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일 수도 있고, 누구나 아는 말이어서 하나 마나 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이 강조되는 건 중산층이 그만큼 얇아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회가 위태롭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우리 중산층의 기준은 어떤 건지 아세요? 월급은 500만 원 이상, 자동차는 2000cc 이상, 아파트는 부채 없이 30평 이상, 예금 잔액 1억 원 이상, 해외여행 연 1회 이상.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할 때 우리가 쓰는 중산층의 기준이라는데, 해당 사항 있으세요? 중산층의 길은 멀기만 하구나 하고 한숨짓다 보면 웃음이 나오지 않나요? 중산층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하나의 기준을 나열해 놓은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하나의 기준, ‘돈’밖에 없는 거지요.
중산층이란 것이 사회적 개념인 동시에 경제적 개념이니 돈이 중요한 변수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돈뿐인 기준은 우리가 얼마나 가난하고 각박한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 같아 민망하기만 합니다. 다른 나라의 기준과 비교해 보면 말입니다.
프랑스 중산층 기준에서 또 눈에 띄는 것은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짖을 수 있을 것’이란 항목입니다. 특이하지 않나요? 그리고 향수가 있지 않나요? 우리 어렸을 적엔 우리가 잘못하면 동네 어르신들이 마치 우리 집 어른인 양 야단치셨습니다. 그때는 어른들 모두가 교육을 담당하는 좋은 선생님들이셨는데요. 그런데 이제는 식당을 휘젓고 다니는 아이가 있어도 직접은 야단치지 않지요? 그 부모와 부딪치기가 싫은 거지요. ‘내 아이도 아닌데 왜?’ 하는 사이에 우리는 아예 아이들을 무서워하기까지 되었습니다. 우리 중학생들이 무서워서 북한에서도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그리고 프랑스 중산층 기준의 마지막, 바로 외국어 하나입니다. 취업하기 위해 억지로 배우는 하인의 언어 말고, 다른 나라의 삶과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배우게 되는 외국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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