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함으로써 첫 조각(組閣)을 마무리했다. 1, 2차 인선에서는 정무 감각이 뛰어난 육군사관학교 출신, 법조인, 관료 카드를 꺼냈지만 경제 부처가 중심이 된 이번 3차 인선에서는 전문가 그룹을 중용(重用)했다. 부처 특성에 따라 ‘육·법·공·전(陸·法·公·專)’의 인사를 두루 포진시킨 ‘박근혜 인사 스타일’의 완결판이다.
박 당선인은 5년 만에 부활하는 경제부총리에 행정고시 14회 출신의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내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는 윤상직 지식경제부 1차관을 내부 발탁했다. 과감한 변화와 개혁보다는 안정을 지향한 인사로 보인다. 박 당선인이 강조한 창조경제의 비전을 실행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는 벤처기업인 출신 김종훈 미국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을 깜짝 발탁했다. 측근인 진영 새누리당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앉혀 복지공약 이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농림축산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국책 연구원이나 학계 출신 전문가그룹을 내정했다.
박 당선인은 경제팀 인선에서 능력과 전문성을 공직 경험이나 명성보다 중시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별개다. 전문가형 리더들이 자기 영역에 매몰돼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전문가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장관이 조직을 초기에 장악하지 못하면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부처 간 칸막이 철폐와 융합적 사고’도 물 건너갈 것이다. 능력을 중시하다 보니 출신 지역의 다양성이나 여성 인재의 발탁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현 부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실무능력과 전문성을 고려한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도 있지만 경제위기를 극복할 경제 사령탑으로는 카리스마가 부족한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도 들린다. KDI 내부에서는 “너무 정치적이어서 연구원들의 신망을 잃었다”는 부정적인 평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책을 틀어쥐고 경제 부처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면 부총리는 있으나 마나다. 박 당선인이 “경제만큼은 당신이 대통령”이라고 믿고 맡겨야 부총리의 영(令)도 서고 관료사회도 한 방향으로 개혁에 매진할 수 있다. 김 미래부 장관 후보자는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 사정과 관료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데다 내정 발표 사흘 전에야 한국 국적을 회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이번 발표에서도 빠졌다. 당선인을 보필하고, 원활하게 국정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보좌진의 인선도 한시가 급하다. 대통령 취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청와대 인선도 서둘러 ‘준비된 대통령’이 맞는지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