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전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신설될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자 하루라도 빨리 인선을 매듭지어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을 빚지 않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개편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박 당선인이 굳이 두 부처의 장관까지 발표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어제도 여야 협상은 결렬됐다.
박 당선인은 15일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새 정부가 제대로 출범할 수 있도록 야당이 한번 도와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박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도와줄 준비가 돼 있으니 여당 협상팀에 재량권을 주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 마당에 두 부처 장관 후보자까지 발표하자 박 원내대표는 “대입 전형을 열심히 (준비)하는데 합격자부터 발표하는 웃지 못할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조직개편안 국회 처리는 1차 시한인 14일을 이미 넘겼고, 오늘 열리는 국회 본회의 처리도 물 건너갔다. 다음 본회의는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26일에 열리게 돼 있다. 어차피 늦어진 마당에 두 부처의 장관 후보자는 여야 합의 뒤에 발표했더라면 상생의 정치를 보여주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개편안을 원안(原案)대로 처리해 달라는 박 당선인의 요청을 받고 여야 협상에서 전혀 양보하지 않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불만이다. 박 당선인이 “내가 그림을 그렸으니 국회에선 통과만 시켜 달라”는 식이어서는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어나가기 어렵다. 협상이란 조금씩 양보하면서 타협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새누리당은 여러 이견 중에서 방송통신 정책의 일원화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민주당도 정부조직개편안을 이 법안과는 무관한 국가정보원 여직원 사건과 연계해 처리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정부조직법처럼 중요한 사안은 어떻게 고치는 것이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지만 염두에 두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전에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