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차기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은 ‘아메리칸드림’의 아이콘이다. 중학교 2학년 때인 1975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빈곤과 언어 장벽, 미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차별을 극복하고 38세에 미국 400대 부자 반열에 오른 살아 있는 ‘벤처 신화’다. 내각 인선에서 답답할 정도로 관료 출신인 ‘옛 인물’을 중용한 박 당선인이 그를 발탁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인사였다.
미래부는 박근혜 신(新)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부처로 꼽힌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을 포괄하면서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박 당선인이 미래부의 수장(首長)에 미국 시민권자인 김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그만큼 중대한 인사 실험이기도 하다. 김 후보자의 어깨에 ‘창조 경제’를 앞세운 박근혜 정부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김 후보자의 기용은 능력만 있으면 외국 국적을 지닌 한국인도 모국(母國)의 장관에 임명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국은 최근 영국중앙은행(BOE) 총재에 캐나다 국적의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장을 발탁했다. 김 후보자는 미래부 장관이 되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기로 했으나 좋은 인재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기용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38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한 그에게는 적지 않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김 후보자가 한국의 엘리트이자 기득권 집단인 관료조직, 특히 공무원 1000여 명으로 이뤄진 거대 조직인 미래부를 이끌어 나가려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는 벤처업계에서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지만 행정 경험은 없다. 과거 정부에서 행정 경험이 없는 교수나 사업가 출신이 장관이나 대통령수석비서관에 기용됐다가 관료조직에 휘둘려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의 발탁이 참신하기는 하지만 성공의 보증수표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김 후보자가 한국의 관료문화를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 이민 초기 영어가 그에게 큰 장벽이었듯이 이번에는 한국어가 장벽이 될지 모른다. 김 후보자가 한국의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으려면 이해관계 조율과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이 절실하게 요구될 것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 한국의 조직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그가 어떻게 ‘코리안 드림’을 성취해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