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해양수산부 부활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의 유탄을 맞고 있다. 새누리당이 새로 생기는 부처를 담당하는 상임위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상임위를 줄여 16개 상설 상임위원회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환노위와 여성가족위가 표적이 되고 있다. 환노위를 폐지하고 환경과 노동을 분리해 다른 상임위에 붙이자는 안이 백가쟁명 식으로 제출되는 모양이다. 고용노동부 업무를 보건복지위원회에 붙이거나 지식경제위원회에 붙이는 방식이다. 야당은 상임위 추가 설치를 요구하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어떤 안을 선택할지는 정치권의 협상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폐지 및 대선 공약 수정 논란 등 노동계에서는 작금의 사태를 이명박(MB) 정부의 ‘반(反)노동’에서 새 정부의 ‘무(無)노동’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노동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지식경제위로 편입시킨다는 발상은 노동을 경제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발전은 구성원들의 행복한 삶이나 풍요로운 삶을 최종적 가치로 둬야 한다. 노동을 통해 보장받아야 할 노동자의 권리를 경제의 종속수단으로 전락시키고, 경제성장 자체를 목표로 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나올 수 있는 생각이다. 자본과 이윤을 중심으로 보고 인간을 이윤 창출의 도구나 돈벌이 수단 정도로밖에 보지 않는 사고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환경 문제도 다른 상임위의 하위 개념으로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경제만큼 중요한 세계적 이슈가 돼 있다.
환노위의 전신은 1988년 설치된 노동위원회이다. 당시 노동 문제의 핵심이 저임금·장시간 노동·노동자의 무권리 상태였다면 현재의 화두는 양극화·불안정·차별과 일자리 및 복지이며 대선 당시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부각됐다. 노동 문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그렇다면, 환노위 폐지는 ‘역사를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전 시대로 돌리자’는 것, ‘환경을 무시한 개발독재 시대로 환원하자는 것’, ‘대선 공약을 무시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국회가 자신의 책무를 방기하고, ‘무노동 돌격대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것이다.
공간과 예산을 이유로 환노위를 폐지한다는 것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처사다. 자신들의 의원 특권과 특혜 포기 약속만 이행해도 해결될 것이다. 혹시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고, 유일한 여소야대여서 그런 것은 아닌가. 경영계가 예전부터 환노위를 지경위로 이관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는 점을 상기하면 결국 정부 여당과 경영계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라 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흡수합병과 고용노동부 기능 축소 논란에 이어 환노위 폐지까지 시도되는 것은 극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나 시대적 조류를 보면 노사정위의 기능 강화와 위상 정립, 노동부 기능 확대, 환노위 위상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반대 방향으로 간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연목구어가 될 것이다.
소통과 대통합, 대선 공약 이행을 통한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도 강추위 속에 거리 투쟁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새 대통령 취임 전에 국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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